무시험 대입 '내신 불리' 특목고 입학생 구인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전체 학생의 수능 평균점수가 일반고에 비해 무려 1백50점 높은 게 특목고입니다.

2002년도에 가면 대학들이 어떤 식으로든 고교간 학력차이를 반영할 텐데 걱정 마시고 외고 (外高) 로 오세요. "

지난 10일 열린 서울시내 한 외국어고 학교설명회에 참석한 중학교 3년 학부모 趙성희 (38.주부.서울도봉구도봉동) 씨는 학교측으로부터 이같은 설명을 듣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趙씨는 "교육부가 고교등급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2002년 대학입시가 어떻게 되느냐" 며 "외고에 진학하면 내신 때문에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 않겠느냐" 며 혼란스러워했다.

2002년 대입 무시험 전형 첫 대상자들인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폭 바뀌는 입시제도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영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교가 학생선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말 명덕외고를 시작으로 특목고들이 잇따라 학교 설명회를 갖는가 하면 중학교를 돌며 "무시험 전형이 실시되더라도 특목고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는 홍보를 하고 있다.

무시험 전형이 시행되면 수능시험은 자격시험으로 전환되며 학생부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여 우수학생들이 몰리는 특목고는 내신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학부모들의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게 주목적이다.

교육부가 특목고의 입시일정을 당초 예정보다 한달 가량 늦췄지만 서울.부산의 경우 종전대로 오는 22일 (부산).11월 4일 (서울) 부터 원서를 교부하는 등 예외여서 타지역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

이화여자외국어고의 한 관계자는 "이달말 발표되는 대학별 무시험 전형결과를 보고 오겠다는 학부모들이 많아 아무래도 지원율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서울외국어고 조태식 (52) 교무부장은 "외고 교무부장들이 모이면 '이러다가 정원도 못채우는 게 아니냐' 는 말이 나온다" 고 걱정했다.

지난 96년 4.57대1의 경쟁률을 보인 서울시내 6개 외고 경쟁률이 지난해에는 비교내신제 폐지에 따른 집단 자퇴소동을 겪으면서 1.75대1로 낮아졌고 올해는 '무시험 전형' 이 걸림돌로 작용해 인기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은 과학고도 마찬가지. 서울시내 한 과학고 학부모들이 비교내신제 혜택을 받고 지난해 서울대에 합격한 1백27명에 대해 비교내신제가 폐지되는 올해 특차 및 정시모집 전형에 적용한 결과 학생부 성적 불이익 때문에 합격 예상자가 10~20명에 그쳤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과학고 역시 학생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