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소년원'이 좋은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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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소년원에 대한 인식은 교도소와 다르지 않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수용하는 곳.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소년원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곳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에는 창살이 없다. “이곳은 학교입니다. 물론 아이들을 수용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이 보장됩니다. 격리가 아닌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강호성 교장의 말이다. 이곳의 학생들은 입원과 동시에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정을 선택해 자격증 취득 및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선생님들은 아이의 목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뿐이다. 실제 이곳의 학생들은 연간 90명 이상이 검정고시에 합격하며 자격증 역시 평균 2~3개 이상을 취득해 퇴원한다.

“돌아갈 곳이 없어요.”
“밖에선 책 한권도 읽은 적이 없어요. 이곳에 와서 처음 공부다운 공부를 시작했어요. 저에게도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김은지(가명)양은 24개월의 보호처분을 받고 이곳에 들어왔다. 23개월 동안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9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은지 양에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회계사라는 꿈이 생겼다. 지금은 대학을 가기 위해 수능시험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은지 양에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곳을 나가는 순간 돌아갈 집이 없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은 사라졌고, 양쪽 부모 모두가 자신들의 생활고로 은지 양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냉혹한 현실은 강호성 교장에게 절망과 같다.

“이곳 아이들의 95%이상이 가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린 부모의 무관심이 아이들을 탈선으로 내몰았죠. 그러나 이곳에서 생전 처음 칭찬을 받으며 앞날을 설계합니다. 하지만 결국 돌아갈 가정이 없다는 것이 아이들을 다시 범죄의 늪으로 밀어버립니다.”

"아가야, 엄마가 미안해"
갈수록 증가하는 성범죄는 소년원에서도 문제다. 새로 입원하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성범죄(원조교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동거 경험 역시 있다. 이들 중엔 임산부도 있다. 17살의 다진(가명)이는 현재 임신 8개월의 엄마다.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다진이는 스스로 소년원을 선택했다. “밖에 있으면 사고만 치잖아요. 그렇지만 여기 있으면 공부도 할 수 있고 선생님들이 보호해 주시니까 안전하게 아이도 낳을 수 있어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다진이에게 소년원은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아이를 버릴 순 없었어요. 저처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이곳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제가 못 받은 사랑까지 다 주고 싶어요.” 부모의 무관심에 뼈가 시릴 정도로 외로웠던 다진 양. 아이는 그녀에게 가족이자,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소년원 아니에요. 전 학생이에요”
이곳 학생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열심이란 점이다. 검정고시와 미용, 제빵제과, 네일아트 그리고 사무자동화 등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의 저는 범죄자라는 것을 잘 알아요. 그래도 다시 한 번 시작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검정고시와 자격증은 제가 당당한 사회인으로 나아가는 데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윤진 양은 오는 30일 검정고시를 앞두고 있다. 자신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검정고시와 미용사 자격증은 유일한 길이 되어버렸다. “교복 입은 아이들 부러워 괴롭힌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젠 저도 학생이에요. 저에게 이곳은 소년원이 아니에요. 학교예요”

경찰청에 따르면 2007년 11만5661명이었던 전국 청소년 범죄자가 2008년에는 전년 대비 6.4%(7381명) 증가하면서 12만3042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이 중 29.12%는 재범자라 한다. 10대 소년범 범죄의 경우 처벌보다는 불기소처분 등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에 재범을 막기 위한 교정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시급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교정치료는 무엇일까?

적어도 이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배양과 그 기간 동안의 안전한 보호망일 것이다. 소년원에 온 아이들은 이미 몇 건의 범죄경력이 있다. 하지만 무너진 가정과 부모의 무관심은 이들에게 돌아갈 곳조차 사라지게 한다. 실제 소년원에 입원 중인 아이들의 부모들 대다수가 아이가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으며 판사에게 탄원서를 제출해 입원기간을 늘린다고 한다. 소년원이 아니면 갈 곳 없는 아이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고향이다.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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