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재테크]'주가 요동친 옵션만기일이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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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 10억원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자. " 복부인 복여사에게 통장을 내미는 재택구의 당당한 태도는 꼭 개선장군의 그것이었다.

통장엔 모두 10억3천만원이 들어 있었다.

"우와, 이거 재택구씨 다시 봐야겠는데. 내가 지난 7월부터 두달간 10억원어치 달러 투자했다가 날린 돈이 1억6천만원이었지. 우와 - .그럼 8억4천만원으로 한달만에 1억9천만원을 번 거네. 도대체 비결이 뭔가?"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는 복여사를 보며 수수해씨와 재택구는 눈빛을 교환하며 빙그레 미소를 띄웠다.

재택구가 이틀만에 8억4천만원을 투자해 1억9천만원을 벌어들인 사연은 이랬다.

단기간에 손실을 만회하는 길은 주식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몇주야를 뜬 눈으로 지새도 어떤 주식을 사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일주일이 넘어가자 재택구는 초조해졌다.

그때 수해씨가 주가지수 옵션.선물에 대해 알려달라고 조른 것이 재택구에겐 결과적으로 행운을 가져다 준 셈이었다.

주가지수 옵션이란 금융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종합주가지수를 특정시점에 일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권리를 매매하는 것. 옵션투자자들은 매달 두번째주 목요일마다 돌아오는 만기일이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주가를 움직이려고 비정상적인 가격에 주식을 매매해 주가가 크게 요동치기도 한다.

주식에서 손해를 봐도 선물.옵션에서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던 수해씨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럼 주식투자자들은 옵션 만기일날 상한가에 팔거나 하한가에 사자는 주문을 내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래, 그걸 이용하는 거야. 재택구는 옵션 10월물 만기일인 지난 8일 SK텔레콤과 포항제철을 각각 4억2천만원어치 하한가에 '사자' 는 주문을 내놨다.

혹여 만기일에 주가를 떨어뜨려야할 옵션 투자세력이 있다면 당연히 지수 영향력이 크면서 인기있는 대형우량주를 팔아치울 것이었다.

그래야만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까. 그점에선 단연 외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SK텔레콤과 포철이 적격이었다.

2시30분이 되도록 포철과 SK텔레콤의 주가는 오르기만 했다.

하한가에 이들 주식을 처분할 세력은 없어보였다.

까짓 것, 안 사져도 그만이다.

재택구가 마음을 비울때쯤인 오후 3시2분, 거짓말 처럼 주식이 하한가에 전부 사졌다.

포철주는 3만9천1백원에 1만주, SK텔레콤은 35만8천5백원에 1천1백주였다.

모두 7억8천5백만원어치였다.

"됐어, 된거야. " 단말기를 들여다 보던 재택구는 환호성을 쳤다.

모 기관투자가가 선물.옵션이 연계된 차익거래를 위해 포철.한국전력.SK텔레콤 등 대형우량주 1백억원어치를 일제히 장 끝나기 10분전 하한가로 팔겠다고 내놨다.

행운의 여신은 아직 재택구를 버릴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다음날인 9일 재택구의 주식들은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원래 가격을 회복했다.

포항제철 주식 1만주가 주당 4천6백50원씩 올랐으니 4천6백50만원의 시세차익을, SK텔레콤 1천1백주는 주당 4만3천원이 올라 4천7백만원의 이득을 안겨줬다.

반나절만에 재택구는 9천1백50만원의 소득을 올린 셈이었다.

그 다음날인 지난 10일 포철.SK텔레콤은 다시 상한가 가까이 올랐다.

재택구는 미련없이 주식을 처분했다.

포철은 4만8천5백원, SK텔레콤은 44만7천원에 팔렸다.

재택구는 포철 주당 9천6백원, SK텔레콤 주당 8만8천5백원의 차익을 거두면서 이틀만에 합계 1억9천1백50만원을 벌어 들인 것이다.

자신도 놀랄 성과였다.

"그나저나 이 돈은 그럼 어떻게 굴리는 게 좋을까?

이번엔 정말 재택구 자네 말대로 하겠네. 자네 실력을 확실히 알았으니, 잘못되도 탓하지 않겠네. " "금리 더 떨어지기 전에 장기 확정금리 상품에 투자하세요. 제게는 지금 초저금리 시대로 들어가는 전주곡이 들립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한자릿 수 실세 금리시대가 늦어도 내년초면 온다는 얘깁니다.

3년짜리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7%대까지 떨어질 날이 얼마 안남았어요. 종합금융사의 발행어음은 아직 연 11~13%대예요. 이자를 15일마다 원금에 합산해주는 발행어음도 있어요. 원금뿐 아니라 이자까지 보장받을 수 있죠.

아니면 증권.투신사의 수익증권도 괜찮아요. 6개월 이상은 연 11.4%예요. 소액투자자 같으면 신종적립신탁이 최고예요. 아직 은행별로 연 13~14%의 수익률 기록중이니까. " "우리나라 실세 금리가 연 10%밑으로 떨어진다는 건 불가능해. 내 머리털 난 이래 없던 일이야. " "이자율은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정해집니다.

지금까지는 고성장.고물가 시대가 계속돼 연 12~13%의 금리가 정상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 바꿔야 합니다.

지금은 마이너스 성장 시대이자 물가도 떨어지는 시대예요. 게다가 돈은 많이 풀리고 돈 쓸 기업은 없어요. 금리 인하의 모든 조건이 갖춰진 셈이죠. 무조건 지금이라도 장기확정금리 상품에 투자하세요. "

자신만만하게 큰 소리치는 재택구의 모습이 왠지 복여사에게도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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