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작은기업이 강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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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몸집을 줄여라" " '나만의 시장' 을 확보하라"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의 '새로운 강자 (强者)' 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요건들이다.

11일 신한은행 계열의 신한종합연구소가 4백20개 상장사의 상반기실적을 분석한 결과 화인케미칼.동양전원.동일제지.대덕산업이 수익성.안정성.성장성 등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한국단자는 안정성에서는 1위를 기록했으나 수익성.성장성에서는 최하위그룹에 머물렀고 메디슨도 성장성은 1위지만 안정성은 2백20위로 밀려났다.

신한종합연구소는 ▶수익성은 매출액 경상이익률과 자기자본 경상이익률 ▶안정성은 유동비율과 부채비율 ▶성장성은 총자산증가율과 매출액증가율을 토대로 각각 일정한 가중치를 둬 1천점 만점으로 기업들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1위인 화인케미칼이 6백28.27점인 것을 비롯해 2, 3위는 6백점대를 지켰으나 4위 대덕산업부터는 5백점대 초반으로 뚝 떨어져 큰 차이를 보였다.

◇ 규모가 작아야 유리하다 = 종합성적 50위 이내 기업들의 평균 총자산은 2천59억원으로 조사대상업체 전체평균 (9천7백95억원) 의 5분의1 수준이었다.

자기자본도 평균 9백45억원으로 전체평균 2천4백20억원의 3분의1 정도. 50위내에 든 5대 그룹 계열사는 대한도시가스 (SK) 와 LG정보통신 (LG) 등 2곳뿐이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종합성적 1백위권에 몰렸다.

우량기업들은 또 현금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범위내에서만 투자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재고와 매출채권을 크게 줄여 돈을 한 곳에 지나치게 묶어 두지 않은 것도 특징중 하나.

그 결과 부채비율을 크게 낮추고 현금을 많이 확보해 IMF체제 초기의 고금리를 역이용, 짭짤한 이자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동아타이어.에스제이엠.보락.퍼시스 등이 대표적 사례다.

◇ 수익성이 제일이다 = 외형을 키우기보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더 많은 점수를 얻었다.

종합성적 50위권 기업들은 수익성에서도 대부분 상위권에 들었다.

따라서 환율급등으로 수출채산성이 좋아진 업종에서 우량기업이 많이 선정됐다.

그중에서도 화학업종의 경우 매출은 13.6% 늘어난 반면 순이익은 69.3%나 증가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전자.정보업에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순이익을 많이 낸 업체들이 다수였다.

반면 금리부담에다 투자부진으로 건설.기계업종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다만 대동 (기계업) 이 유일하게 50위내에 들었다.

수익성만 따지면 보해양조가 고급소주와 매실주의 판매증가에 힘입어 1위를 차지했고 한국전기초자.동양전원.송원칼라.고려아연이 뒤를 이었다.

◇ 전문시장을 확보해야 = 우량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들은 대개 '나만의 시장' 을 확보하고 있었다.

환율이 오른다고 무조건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만 좋은 게 아니고, 내수가 부진하다고 내수의존형 기업이 모두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상위 50개사중 수출비중이 70% 이상인 업체는 20개에 달했고 동양전원.대동.성안.태평양물산.케드콤.영원무역.청산.한국전기초자 등 8곳은 95%가 넘었다.

반면 내수비중이 70% 이상인 업체도 17개나 됐고 이중 5곳은 아예 수출을 하지 않는 기업이었다.

결국 수출을 하든 내수를 파고 들든, 시장을 장악하는 경쟁력을 지니는 게 우량기업의 요건이라는 얘기다.

◇ 조사대상 = 상반기보고서를 제출한 5백29개 상장사중 관리종목과 금융기관을 제외한 12월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했다.

미래산업의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에 비해 안정성이 워낙 높게 나와 전체평균치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부채비율이 각각 3만3천%.1만6천%를 넘은 한화에너지.진도물산도 같은 이유로 제외됐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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