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일본국회 연설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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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독자적 근대화에 성공했고 서구의 문물을 수용해 큰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제국주의와 전쟁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일본 국민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 국민에게 큰 희생과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후 일본은 달라졌습니다.

일본 국민은 땀과 눈물을 바쳐 의회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이렇듯 전전 (戰前) 의 일본과 전후 (戰後) 의 일본은 참으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엔 아직도 일본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를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 스스로 과거를 바르게 인식하고 겸허하게 반성하는 결단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일 두나라는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를 맞이했습니다.

일본에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오늘 오부치 총리대신과 정상회담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 선언이 한.일 정부간의 과거사 인식문제를 매듭짓고 평화와 번영을 향한 공동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바입니다.

나는 새 시대의 한.일 우호관계를 보다 증진시키기 위해 일본 대중문화의 한국 진출을 단계적으로 개방할 것입니다.

나아가 청소년간의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 국민간의 교류를 활발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 월드컵대회는 양국 국민간의 단합된 힘과 우호를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또한 60만 재일 (在日) 한국인이 일본사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과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최근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실험을 통해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이런 사실에 대한 일본 국민의 충격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미국이 함께 협력해 튼튼한 대북 (對北) 공조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한국 국민은 현재 추진중인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켜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고자 모든 힘을 쏟고 있습니다.

나는 일본의 투자가들이 한국정부의 노력을 믿고 한국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줄 것을 기대합니다.

나의 일본방문이 21세기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튼튼한 초석이 될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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