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오부치총리 '21세기 새 파트너십' 공동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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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을 국빈 방문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8일 오전 도쿄 (東京) 영빈관에서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를 양국 정부차원에서 정리하고 21세기를 위한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합의내용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라는 이름으로 명문화했다.

일본 총리의 과거사 사과가 외교 문서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金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천황이 한국민의 따뜻한 환영 속에서 방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천황의 방한이 한.일 관계의 긴밀한 발전에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 아키히토 (明仁) 일왕 초청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金대통령은 또 "일본 문화의 단계적 개방을 상당한 속도로 추진하겠다" 면서 "이를 위해 양국 문화인들이 참여하는 한.일문화교류협의회 설치를 제안했고 오부치 총리가 이를 받아들였다" 고 밝혔다.

홍순영 (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과 고무라 마사히코 (高村正彦) 일본 외상은 이날 별도의 회담을 갖고 양국 정상회담을 최소한 연 1회 이상 갖기로 했으며, 일본수출입은행의 30억달러 대한 (對韓) 금융지원 및 일본문화 단계적 개방 등 43개항의 행동계획 (Action Plan)에 합의하고 이를 공표했다.

양국은 행동계획의 세부적 사항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1월 일본 가고시마 (鹿兒島)에서 외교부장관이 포함된 양국 경제각료회의를 열 계획이다.

양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 고 밝혔다.

金대통령은 이를 평가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뜻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정상회담에서 金대통령은 "향후 과거사 문제와 관련, 일본 인사들의 공동선언과 어긋나는 돌출 발언이 없도록 양국 정상이 노력하자" 고 제의했고 오부치 총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오부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명문화 문제에 언급, "공식문서에 과거사에 대한 정부 입장이 명확하게 표명된 만큼 일본 정부 책임자들과 국민이 이를 존중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오부치 총리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기구로 남북한.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을 제의했고 金대통령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양국정상은 또 공동선언문에서 재일한국인의 지위향상을 위해 양국간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편 양국 외무장관은 이중과세방지협약과 취업관광사증협정.외교관 사증면제 교환각서 등에 서명했다.

도쿄 = 이연홍 기자, 오영환 특파원

[공동선언 주요내용]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 발전

▶오부치 총리, 식민지 지배를 통절 (痛切) 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

▶젊은 세대 교류

▶양국 협력관계가 서로의 발전에 기여

▶한.일의원연맹 활동 확충, 소장 의원간 교류 장려

▶평화롭고 안전한 국제사회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

▶양국간의 안보정책협의회 및 각급 차원의 방위 교류

▶북한 개혁과 개방을 지향, 4자회담 바람직

▶경제분야의 균형된 상호 협력관계 강화

▶일본 수출입은행의 대한 (對韓) 융자 환영

▶한.일 어업협정 기본합의 등 환영

▶국제범죄 등 범세계적 문제 해결에 긴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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