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안 합의내용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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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대 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7개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확정했다.

재계는 협상결과에 대해 "사상 최초로 '자율조정' 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마련했다" 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주채권은행이나 후속 협의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업종별 합의사항과 협상진행 과정, 향후 전망 등을 정리한다.

◇ 반도체 = 당초에는 3각 빅딜이 거론될 때 포함됐던 업종이어서 별 문제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협상 초기에는 현대전자가 경영권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관측됐으나 LG반도체측이 자사의 자산가치가 더 크다고 주장하면서 치열한 줄다리기로 반전됐다.

양측의 대립이 극심했던 만큼 앞으로 실사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외부기관 평가과정에서 어떤 근거자료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소지가 많아 '평가의 공정성' 에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석유화학 = 현대.삼성이 단일법인을 세우고 외자를 유치한다는 것까지는 진작부터 합의된 상태였다.

지분문제를 놓고 다소 논란이 있었으나 동등 지분으로 타결됐다.

대규모 외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항공기 = 삼성.대우.현대가 동등지분에 의한 단일법인을 세우고 외자를 유치하며 전문경영인을 영입한다는 내용에 쉽게 합의했다.

다른 업종에서는 "경영권을 갖겠다" 고 고집했던 현대도 이 분야에서는 삼성.대우에 비해 열세인 까닭에 별다른 시비를 걸지 않았다. 앞으로 외자유치 여부가 재무구조 개선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철도차량 = 현대.대우.한진이 단일법인을 만들자는 데는 일찍 합의했으나 경영권 문제로 진통이 계속됐다.

현대정공은 경영권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대우중공업은 현대.대우가 동등지분을 갖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현대를 제외한 대우.한진만이 단일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설비과잉이 심한 만큼 과당경쟁이 우려된다.

◇발전설비 = 현대중공업을 한국중공업에 넘긴다는 게 당초 정부의 구상이었으나 현대가 마지막까지 버텼다.

현대는 한중 민영화 일정을 앞당겨 실시하고 현대가 한중을 인수하면 일원화 문제가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양측은 7일 아침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현대는 "발전설비를 한중에 넘겨주는 대신 한중 지분의 3분의1을 달라" 고 주장했고 한중이 이를 거부해 일원화가 무산됐다.

양측은 계속 협상할 계획이다.

◇선박용 엔진 = 삼성의 설비를 한중에 넘겨 한중.현대 이원화체제로 간다는 게 당초안. 그러나 한중 민영화때 이 분야가 특정 조선업체에 넘어갈 경우 독점에 따른 다른 조선업체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중.삼성.대우 등이 단일법인을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유 =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기로 일찍이 결론이 났으며 이미 경영개선계획서까지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상태. 은행도 단기부채를 장기부채로 전환하는 등의 지원책을 검토중이다.

이재훈·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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