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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제학교 하나 설립 못하는 외국인 투자유치책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2005년 11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를 냈다. ‘송도국제학교, 설립 준비 급진전’이란 제목이었다. 미국 명문 사립학교인 밀튼 아카데미가 송도국제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밀튼 아카데미는 학생의 32%가 아이비리그 8개 대학과 MIT·스탠퍼드대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튼 아카데미가 해외 교육기관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처음이란 자랑까지 붙였다. 그대로라면 2008년 9월께 초·중·고교 학생 2100명인 제대로 된 국제학교가 송도에 들어섰어야 했다.

2009년 7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송도국제학교 설립이 올 9월에도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로 예정된 개교가 한 차례 연기됐는데 또다시 미뤄진 것이다. 10개 평가항목 중 9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나도 준비가 안 됐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들어온다던 밀튼 아카데미는 빠지고, 초등학교 인증만 가진 캐나다 재단이 신청서를 냈다. 그러면서 3년8개월이 흘러갔다.

정부가 국제학교를 세우려는 이유는 송도에 올 외국인들의 주거 여건을 조성해 투자 유치를 하려는 것이었다. 의료와 함께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홍콩·싱가포르·상하이 같은 국제 허브 도시들이 국제학교 설립을 적극 장려하는 이유다.

이 지경이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우선 외국 명문학교 입장에선 송도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자유지역이지만 아직 정원을 채울 만큼 외국인이 많지 않다. 내국인 학생 비율을 정원의 30%로 늘렸지만 그것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익성은 좋지 않은 데 리스크만 져야 할 처지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과정에서 인천광역시는 물론 교과부와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가 제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주무 기관인 교과부는 인허가 신청 서류를 보고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교과부 관계자조차 “‘너무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제학교 주관부서도 노무현 정권 때는 재경부였으나 지금은 지경부로 바뀌었다. 인천광역시와 경제자유구역청은 개발업체인 게일사만 쳐다보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제학교는 계속 늦추기만 할 수 없는 문제다. 지자체나 개발 업체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독일 출신의 이참씨를 임명했다. 참신한 인사라는 평이 많다. 아마 외국인의 시각으로 그들을 사로잡을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송도국제학교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들어와 학교를 운영할 외국학교 입장에서 머리를 짤 때다. 관련 부처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송도국제학교는 다른 5개 경제자유지역의 모델이 될 것인데 제대로 된 학교 하나 못 만든다면 어떻게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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