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중심은 스윙 아닌 마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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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16면

‘마음골프학교 교장 김헌(49)’. 고백하건대 처음엔 무슨 사이비 종교의 교주쯤 되는 줄 알았다.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마음골프’의 창시자라니-. 아니면 겉포장만 번지르르한 골프 연습장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아니, 그의 해박한 골프 이론과 명쾌한 분석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70>

“한국의 골프 교육은 ‘형태주의’라는 병을 앓고 있다. 일명 ‘모양 만들기’다. 도저히 쪼갤 수도, 나눌 수도 없는 것을 조각으로 나누고, 영원히 맞출 수 없는 퍼즐 맞추기를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하고 있다. 한국 골프는 ‘스윙주의’에 물들어 있다. 골프의 중심에 ‘스윙의 완성’이라는 주제를 떡하니 갖다 놓고, 그것을 넘어서야 골프라는 산에 오를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펼치고 있다. 그래서 결국 노력 대비 잘 되지도 않는 골프, 멋있지도 않은 스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골프』김헌, 2009년).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치자. 그의 주장을 좀 더 들어 보자.
‘골프는 실수의 게임이다. 이론적인 완벽한 스코어는 54타라고 한다. 드라이버가 잘 맞아서 의도한 방향으로 날아가주고, 세컨드 샷이 핀 3m 거리에 가서 붙고, 그것을 1퍼팅으로 마무리하면 모든 홀에서 버디다. 그러면 18언더, 즉 54타다. 아무리 타이거 우즈라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샷은 한 라운드에 한두 개에 불과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븐 파를 치는 프로도 한 라운드에서 열여덟 번의 실수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보기 플레이어는 한 라운드에서 서른여섯 번 실수하는 사람이다. 골프에서는 정말 실수가 실력이다. 보기플레이어라면 마흔 번까지는 자신의 실수를 용서해 주자. 오비를 내고도 더블보기로 충분히 마무리할 홀에서 양파를 하는 경우는 실수가 또 다른 실수를 가져왔다는 말 외에 설명할 방도가 없다.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기보다는 한 번의 실수가 또 다른 실수를 가져오지 않도록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개발할 일이다.’

이쯤 되면 그의 내공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김헌은 프로골퍼가 아니다. 공을 잘 치는 일개 아마추어 교습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의 마음골프학교엔 학생들이 줄을 선다. 이유는 뭘까. 그의 말처럼 ‘형태주의’에 사로잡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는 이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골프학교에선 첫 수업 시간엔 골프클럽을 아예 건드리지도 않는다. 대신 그림과 영상을 통해 원리를 먼저 가르친다. 그 다음에 오른팔 하나로 채찍 휘두르기를 시킨다. 그러고는 틈날 때마다 빈 스윙을 해볼 것을 권한다. 이런 방법으로 골프를 배운 한 여대생은 입문 열흘 만에 머리를 올렸다고 했다.

그의 주장이 말장난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비 제도권 교습가’의 말은 분명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세상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면 절대 딴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그저 휘두르고 지나가면 될 것을 똑바로 보내려고, 멀리 보내려고, 멋있게 보내려고 딴마음을 먹는다. 그래서 스윙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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