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선물·떡값 예년보다 크게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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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광주에서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한 종합건설회사는 추석이 코앞인데도 '떡값' 봉투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

명절 때마다 감독공무원.감리회사직원 등 10여명에게 떡값을 건넸으나, 이번엔 그냥 넘기기로 했다.

현장소장은 "회사에서 경비절감을 이유로 비용처리를 해주지 않아 인사를 못한다" 고 털어놓았다.

또 하청업체들이 봉투나 상품권을 들고 오는 사례도 올핸 거의 없어졌다는 것.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가 종전의 일부 분수에 넘치는 선물.인사치레의 '퇴출' 에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다.

명절 때마다 상급자.친척 등에 대한 인사치레를 해야 하는 광주시 4급 공무원 金모씨는 올 추석 선물 비용을 예년의 50%수준으로 줄였다고 했다.

광주시가 지역유지 등에게 돌리는 선물도 그 수와 단가가 크게 줄었다.

종전에는 많을 땐 3백여명에게 굴비.한과세트 등을 선물했으나, 이번엔 시의원과 전직시장 등 35명에게만 멸치 (5만원 상당) 로 인사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전북도는 추석 연휴 근무자와 청원경찰.청소 아줌마 등 일용직들에게만 양말 등을 선물해 비용을 3백만원으로 대폭 줄였다고 했다.

지난해엔 지역유지.기관장 등과 도정에 도움을 준 도민들에게 감사표시로 1천5백여만원을 들여 목기 등 지역특산물을 선물했었다.

백화점들도 떡값.선물 비용을 예년의 3분의1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고 밝히고 있다.

전북의 한 온천은 예년엔 기관장 등에 5백여만원을 들여 선물했으나 올해는 5천원 상당의 온천 입욕권 5장씩만 돌렸다는 것. 개인도 마찬가지다.

회사원 姜성영 (46.전주시완산구고사동) 씨는 해마다 추석 때면 20여만원을 들여 친척이나 은사, 평소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게 2만원 상당의 선물을 했지만 올해는 안부전화만 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이 40%가량 줄었고 굴비.갈비세트 등 매출은 4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값싼 비누.치약 등의 생활용품 세트와 조미료세트 등은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어났다.

한편 전남도는 지난달 28일 중소기업과 업종별 협회.조합 등에 허경만 (許京萬) 지사 명의로 "공직자들에게 금품을 절대로 주지 말라" 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광주.전주 = 이해석.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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