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울역 집회'싸고 입씨름 갈수록 험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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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서울역 집회 방해사건이 정치쟁점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여야는 30일 이 사건의 배후와 책임문제를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게다가 황낙주 전 국회의장에 대한 검찰 소환설에 한나라당이 발끈, 대화모색 노력조차 중단된 상태여서 추석전 정국 정상화 가능성은 사라진 상태다.

◇ 여야 공방 = 한나라당은 "정권이 계획적으로 폭력배를 동원한 해방후 최대의 정치테러사건" 으로 규정했다.

한나라당은 ▶난동자들의 몸에 문신이 있고▶일사분란하게 움직였으며▶자기들끼리 식사.술.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이 목격됐고▶경찰이 제지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조직적으로 동원된 폭력배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회의는 이 사건을 '노숙자 항의사건' 으로 규정하고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시도했다 민심의 냉정한 심판을 받은 셈" (鄭東泳 대변인) 이라고 몰아쳤다.

한 핵심 당직자는 "집회 당일 노숙자들의 소란행위가 자작극인 것 같다는 현장보고가 접수됐다" 며 맞불을 지폈다.

◇ 전망 = 추석전 국회 정상화는 일단 물건너갔다.

이회창 총재는 "조급하게 서두를 생각이 없다" 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화갑 (韓和甲) 국민회의 총무도 "냉각기가 필요하다" 고 밝혔다.

일단 격앙된 감정이 가라앉고 정치권 사정문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서야 여야 대화가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추석후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타협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느냐" 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당은 서상목의원 등 '세풍 (稅風) 사건' 관련자와 일반 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분리처리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나올 만한 인물은 이제 다 나왔다" 며 야당의 등원을 유도하는데 일조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명분만 주어지면 적당한 시기에 등원해야 한다" 는 온건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장외투쟁이 장기화하는 데 대해 상당수 의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연휴 냉각기를 거친 뒤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 (訪日) 을 전후해 영수회담 등을 통해 사정.폭력사건.야당의원 빼가기 등 정치현안에 대한 대타협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정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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