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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게르만연구소 블레드소장 '독일 슈뢰더시대'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16년 장기집권에 따른 권력 소진이 콜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

프랑스 국립 게르만연구소의 장 폴 블레드 소장 (소르본대 교수) 을 28일 본에서 만나 이번 독일 총선 결과 등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독일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나라가 바로 프랑스. 그같은 민감함을 반영하듯 이 연구소는 정치.경제에서 사회.문화까지 독일을 집중연구하는 전문기관이다.

-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승리와 헬무트 콜의 패배, 어느 쪽으로 보는가.

"슈뢰더의 승리라기보다는 콜의 절대적 참패다.

지난 9월 13일에 있었던 바이에른주 (州) 선거를 계기로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 간의 지지도 격차가 좁혀드는 듯했지만 20%선에 달한 부동표가 투표 당일 사민당으로 몰린 것이 콜의 결정적 패인이었다.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거둔 압승이 '이러다 또 콜이 되는 게 아니냐' 는 '반 (反) 콜' 여론을 자극, 막판 부동표의 방향을 오히려 슈뢰더 쪽으로 돌리는 악재가 된 것은 아이러니다. "

- '반 (反) 콜' 여론의 배경은 무엇인가.

"당연한 얘기지만 16년 장기집권에 따른 권력의 소진이다.

국내외적 명성과 업적도 권력의 노화현상을 막지는 못했다.

4백만명이 넘는 심각한 실업문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반면 슈뢰더는 '반 (反) 콜' 여론을 결집하기에 가장 이상적 스타일과 신체조건을 갖췄다.

슈뢰더와 콜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걸 상상해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슈뢰더는 자신의 이미지와 정책공약을 다소 모호한 채로 남겨두는 전략을 택했다.

장차 이것이 비판이 돼 돌아올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당장 콜을 꺾는데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

- 슈뢰더의 독일이 콜의 독일과 다른 점은.

"녹색당과 연립할 경우 일부 정책의 변경은 불가피하겠지만 독일 사회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정도는 아닐 것이다.

개혁정책만 생각하자면 적.녹 (赤.綠) 연정보다는 대연정이 바람직할 수 있다.

정권교체를 실감할 수 있는 두드러진 변화는 국적법 개정이 될 것이다.

독일에 있는 터키인이 이민 2, 3세대까지 포함해 수백만명에 이르고 있으나 독일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 개정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 대외정책은.

"콜이 추구했던 큰 노선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미세한 변화는 예상해볼 수 있다.

예컨대 독일과 영국.미국을 잇는 이른바 '유럽.대서양 축 (軸)' 이 강화되면서 기존의 독일.프랑스 축에 조정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유럽건설의 중심축을 형성해온 독일.프랑스 축이 갖는 무게와 힘이 슈뢰더 정권아래서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2~3년에 걸쳐 시간을 두고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

- 슈뢰더 정권이 부닥치게 될 첫번째 난관은.

"현실적으로는 실업자 문제와 동.서독지역 통합문제가 해결해야 할 최초의 어려움이며 최대 어려움이 될 것이다.

특히 동.서독 통합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동독지역 주민들의 기민당에 대한 철저한 이반 현상으로 나타났다.

슈뢰더 정권은 동.서독 통합문제에 우선 노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 세계적 경제.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선진국간 공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는가.

"미묘한 문제다. 슈뢰더는 대외정책에서 기존노선을 유지한다는 것 이상의 공약은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면한 세계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콜이 좀더 남아 있는 게 좋았을 거라고 외국인들로서는 아쉬워 할 법한 일이다. "

본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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