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 박지원이 무서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번엔 좀 잘 봐주십시오.”

민주당 박지원(전남 목포·재선) 의원은 지난 28일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전화로 이런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가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표한 직후였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고급 면세품 구입 내역, 자녀의 호화 결혼식 사실을 잇따라 폭로해 천 전 후보자의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박 의원의 정보망에 놀란 법무부 측이 김준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 의원에게 “살살 다뤄 달라”고 선처를 부탁한 셈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박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보를 축적했다고 한다. 재산 23억원의 형성 과정을 비롯해 “승마·요트 등 고급스포츠를 즐겼다” “검사 신분으로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을 지냈다” 등의 소문까지 모두 검증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당 공보국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공안·특수부 출신이 아니고, 재산도 대부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져 천 전 후보자와는 다를 것 같다”면서도 “박 의원이 파헤치면 흠결이 발견될지 모른다”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진행 중이지만 상임위별 인사청문회에는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