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목받는 뉴타운] 거창 상동지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 여름 초저녁 거창 상동지구 분수광장에서 개구쟁이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쫓고 있다. 김상진 기자

도시화 바람을 타고 농어촌에도 새로운 소도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허허벌판이 계획도시로 바뀌면서 바둑판 같은 도로가 생기고 아파트가 우뚝 솟고, 상가가 즐비한곳이 늘고 있다.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도시에서 인기있는 시설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경남 시·군 지역과 울주군 일대에 새롭게 조성된 대규모 주거지와 주민들의 삶을 소개한다.

시원하게 뚫린 왕복 4차로 주변엔 2~5층짜리 상가들이 즐비하다. 도로변 조각공원 분수대 주변에선 동네 개구쟁이들이 옷 젖는 줄 모르고 뛰논다. 넓은 녹지 공원 숲 위로 아파트 단지가 솟아 있다. 아파트 단지 앞에는 하얀색의 2층 목조주택, 검은 기와를 둘러 쓴 2층 황토집 등 고급 주택들이 줄지어 있다.

경남 거창군 거창읍 상림리 상동지구의 모습이다. 덕유산등산객들은 산골에 바둑판 처럼 반듯한 소도읍을 보고 놀란다.

상동지구는 한국토지공사가 거창읍 서북쪽 논밭 8만6000평에 조성한 농촌속의 뉴타운.1999년 12월 공사에 들어가 2002년 8월 준공됐다. 351억원이 투입돼 주거지, 근린생활용지, 준주거용지 등으로 개발됐다.

주거지는 공동주택 811가구, 단독택지 412가구 등 1223가구. 공동주택은 모두 입주했고, 단독택지도 30% 정도 입주했다. 4차로를 끼고 있는 준주거지역은 30여 필지 중 20여 곳에 점포가 들어섰다.

거창읍과 붙어 있는 이곳은 읍내 유명 식당.서점 등이 이주,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면서 인구가 늘고 있다.

상동지구 준공 무렵인 2002년 말 거창읍 인구는 3만9409명이었으나 2003년 말 3만9925명으로 늘었고 지난 3월 4만명을 돌파했다. 거창군은 4만번째 주민등록을 옮긴 주민에게 김치냉장고를 선물하고 기념식을 가질 정도로 축제 분위기였다.

상동지구는 대형 할인점, 금융기관, 병원 등이 입주를 마친 데다 거창읍사무소도 옮길 예정이다. 대성중.고, 대성환경정보고, 아림초등학교 등이 있어 교육 여건도 좋은 편이다. 상동지구가 인기를 끌면서 거창읍 전체 부동산 가격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고있다.

평당 90만~105만원에 분양된 상동지구 단독택지는 130만~140만원으로 40%쯤 올랐고, 준주거 택지는 200만원선에서 400만원으로 두배쯤 뛰었다. 반면 거창읍 기존 부동산은 거품이 많이 빠졌다. 상가지역은 평당 1000만원, 위치좋은 주거지도 300만~400만원쯤 했으나 지금은 30~40%쯤 내렸다.

지난해 11월 15억원을 들여 140평 규모의 사우나를 개업한 김봉석(38)사장은 "처음엔 손님이 적어 걱정했지만 인구가 늘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갈수록 손님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거창군은 상동지구가 자리를 잡아가자 '책읽는 공원'이라는 근린 공원을 조성하고 공원에 군립 도서관을 지을 계획이다.

37억원을 들여 부지 465평에 연면적 728평(지하1층, 지상3층)규모로 건립될 도서관은 첨단 정보화 시설을 갖추며 2005년 10월 준공하게 된다.

거창군 지역개발과 김재권 도시개발담당은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쾌적한 주거환경 때문에 복잡한 읍내를 떠나 이사하는 주민이 많다"며 "농촌도 여건만 좋으면 새로운 도심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 김현중 상가 친목회장

"거창읍내서 옮겨 오는 점포마다 장사가 잘돼요." 상동지구 상가친목회인 '골목회' 총무 김현중(44.자동차 부품업체 운영.사진)씨는 상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3월 7명으로 출발한 이 모임의 회원이 20여명으로 늘었다. 모두 거창읍내서 상동지구 준주거지역으로 점포를 옮긴 사람들이다. 그는 "처음엔 옆 점포 주인들과 서먹하게 지냈지만 모임이 결성된 뒤 어려운 일을 함께 해결해 가고 있다"라며 "거창읍내서 유명한 점포들이 옮겨오면서 상가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입주 점포가 늘면서 상가 전체가 야간에도 환해 졌다.

골목회가 군에 건의해 가로등을 설치한 데다 점포마다 네온사인을 밝히는 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평당 150만원을 주고 준주거지역 150평을 구입,점포를 낸 그는 "땅 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라며 흡족한 표정이다.

골목회는 앞으로 방범대 구성,학교 앞 교통 정리, 이웃돕기 등 지역을 위한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주차 공간이 넓고 자연 환경도 좋기 때문에 상권이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상동지구가 거창을 대표하는 살기 좋은 소도읍으로 가꾸는데 상인들도 앞장 설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