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조조정에 대한 금감위-금융노련 양쪽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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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달말을 시한으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금융구조조정을 놓고 금융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세금을 쏟아붙는 마당에 과감한 인원감축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지만 금융노련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오는 29일 7개 조건부승인은행과 서울.제일등 9개은행의 파업돌입을 예고해놓은 상태다.

양쪽의 입장을 듣기위해 금감위 윤원배 부위원장과 금융노련 추원서 위원장을 김정수 전문위원이 각각 만나보았다.

대담=김정수 본사전문위원

[윤원배 금감위 부위원장]

- 관치금융이 은행 부실의 큰 원인중 하나인데 왜 은행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나?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은행부실에 원인이 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무사안일.외형중시.부실경영 등 은행이 책임져야 할 부문도 분명이 있다. "

- 근로자는 경영진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 왜 해고되야하나.

"은행부문의 고용조정은 근로자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할때다. 스스로도 구조조정을 해야하는데 게다가 정부가 지원까지 해주면 은행부문에 대해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 은행장들이 제출한 양해각서는 노조가 합의해 주지 않은 것이라는데

"인원정리는 단체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해고대상의 선정이나 절차는 협상할 수 있으나, 해고의 규모는 사용주의 고유권한이다. 근로기준법도 공정한 해고기준에 관해 노조와 협의하고 해고를 회피하는 노력만을 의무화하고 있을 뿐, 노조의 합의는 요구하고 있지 않다. "

- 왜 노조가 금감위에 항의를 하는가.

"금감위는 협상당사자가 아니다. 다만 정부지원에 대한 조건으로 생산성기준을 제시할 뿐이다. "

- 노조는 "해고를 하지 말고, 대신 월급을 깎아 인건비를 줄이면 된다" 고 하는데.

"고용조정이 단순히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을 높혀 경영을 정상화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목적이다. 외국의 경우도 임금축소를 통한 구조조정이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

- 노조반대로 구조조정에 실패한 은행은 퇴출시킨다는 것이 금감위의 입장인데, 대외신뢰가 무너지지 않을까

"현재 인원감축이 논의되고 있는 은행들은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어 있거나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는 부실은행들이다. 만일 이들이 노조의 반대로 구조조정 노력에 실패한다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경영정상화에 실패한 부실금융기관의 퇴출은 국제적 기준으로 볼때 당연한 조치이다.

그런 부실은행이 퇴출당하면 대외신뢰가 내려가기 보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

- 금감위가 일인당 영업이익을 생산성의 근거로 40% 고용조정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40%라는 수치는 금감위가 제시한 것이 아니다.

은행장들이 그 정도 고용조정하면 외국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산성을 높힐 수 있다고 판단해 스스로 제시한 숫자다.

만일 외국은행과 비교한 생산성 격차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70~80%까지 고용감축을 해야 한다. "

[추원서 금융노련 위원장]

- 고용조정 자체를 반대하는가, 그 규모에 대해 반대하는가,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전략적 관점에서 감당할 수 있는 고용조정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

- 각서에 담긴 40% 내외의 고용조정은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긴가

"그렇다. 이미 제출했던 1차 자구계획서의 수준안에서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향후 3년간에 걸친 30%이내의 고용조정이다. "

- 은행 구조조정이 급하다는 일반인의 생각과는 너무 거리가 있다

"고용조정이 구조조정의 전부는 아니다. 사람을 잘라 생산성을 높히는 것은 소극적 방법이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고치고, 부실채권을 조기에 정리해 금융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

- 상당한 고용조정없이 구조조정이 가능한가

"5개은행이 문을 닫고, 3건의 합병이 이뤄졌다. 이로써 은행구조조정의 상당부문이 이뤄졌다고 본다. 이제는 안정이 필요한 때다. 은행부문을 자꾸 흔들어대니, 은행원들이 불안해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

- 정부쪽에선 고용조정에 관해 노조합의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데

"노동관계법의 기본정신을 모르는 소치다. 근로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일자리고, 그 핵심은 고용조정이다. 노조합의가 필요없다는 식의 생각때문에 오늘과 같은 문제가 벌어졌다. "

- 은행장과 협의하지 않았는가

"14일 회의때까지는 이행각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13일에 일방적으로 금감위에 제출한후 노조더러 합의해 달라고 하면 노조의 존재가치와 법정신은 어디에 있느냐. "

- 금감위는 40%라는 수치도 은행이 스스로 제시한 것이라던데

"금감위가 수치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은행에서 40% 보다 낮은 수치를 제시하니까 금감위가 안된다고 해서 다시 올린 것이다. "

- 노조가 생각하기에 합당한 수준이라면

"이미 상반기에 은행들이 적게는 6~7%, 많게는 25%까지 사람을 줄여왔다.

그래서 은행장들이 더이상의 인원감축은 없다고 약속했다. "

- 그런 약속을 한 은행장들이 대부분 남아 있는가

"그렇다. "

- 금감위는 인원을 덜 줄이고 월급을 깎는 것으로는 생산성을 높힐 수가 없다고 한다.

"인원을 줄이나, 월급을 줄이나 인건비절약은 마찬가지 아니냐. 앞으로 금융경영이 개선되면 결국은 마찬가지 아닌가. "

-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 부실은행이 어떻게 퇴직위로금을 줄 수 있느냐.

"사회안전망이 전무한 상태이고, 또 고지식한 은행원들이라 퇴직해 사회에 나가서 적응하는데도 어려움이 더 크다. 최소한 약 12개월분 정도의 퇴직위로금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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