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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야외조각공원 '전원속 문화공간' 탄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김포' 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휴일 관광지 강화도에 갈 때면 항상 끼고 지나가고, 비행기 한번 타려고해도 김포국제공항을 가야 하니까. 하지만 그 익숙함만큼 지금까지 김포에서는 '뭔가 특별한 일' 이 벌어진 적이 없다.

서울의 다른 위성도시들이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동안에도 그저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땅은 있되 더 이상 갈 수는 없는 아픈 상처 38선이 가로막고 있어 늘 발전을 가로막았던 것. 이렇게 소외돼 온 곳, 김포에 24일 국제야외조각공원이 들어선다.

김포시 (시장 유정복)가 '문화적 전원도시' 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세우고 그 첫번째 단계로 펼치는 지역문화 이벤트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문화를 통한 이미지 상승효과는 물론 관광수익을 늘리기 위해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문화행사를 벌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처음에는 1회성의 단순한 조각 심포지엄으로 출발했다가 기획 수정을 거쳐 영구적으로 남는 조각공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지난 4일부터 심포지엄 형식을 빌어 2만여평의 대지 위에 조성한 조각공원의 주제는 '통일' .이런 상징성을 담기위해 올해 16점, 내년 22점 등 모두 38점의 작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올해는 일단 프랑스의 대표적 환경조각가 다니엘 뷔랭을 비롯해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가 솔 르윗, 이탈리아 아르테 포베라 ( '가난한 미술' 이라는 뜻. 주어진 소재를 그대로 사용한다) 의 대표작가 지오바니 안셀모, 올림픽공원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는 일본의 스스무 신구 등 외국작가 7명과 김방희.김인겸.박상숙.신현중.원인종.유영교.전수천.정대현.한상업 등 국내작가 9명의 작품 16점이 설치됐다.

주제에 연연하기 보다는 주변 자연공간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이어서 내년 하반기에는 2만~3만평의 대지를 공원으로 추가 조성해 칼 앙드레와 일리야 캬바코프.댄 그래함의 작품 등 22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조각공원 조성의 기본컨셉에서부터 작가선정에 이르기까지를 맡았던 커미셔너 서순주씨는 "김포가 상대적으로 발전이 덜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점 덕분에 오히려 자연보존이 잘 되어 있다" 며 "조각공원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살려서 자연친화적인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다" 고 밝혔다.

올해 들어간 예산은 시 자체 예산 7억원에 경기도 지원금 10억원을 합쳐 17억원. 심포지엄 경비와 작품구입비.조경비까지 모두 포함된 예산이라 빠듯한 돈이었지만 세계적 거장들이 공원조성 취지에 공감해 작품용역비 2천5백만원, 작품비 2천만원이라는 국제시세에 비해 턱없이 싼값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김포시는 이번 조각공원 조성을 계기로 '강화가는 길 역할' 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관광 유치에 나설 뜻을 비쳤다.

아직 정식으로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조각공원에 사람들이 붐빌 정도라 기대가 크다고 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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