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학회 '변화하는 한국사회'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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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민주적 시장경제' 가 토론의 도마위에 본격적으로 올려졌다.

지난 18일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한국산업사회학회 (회장 유팔무)가 주최한 '변화하는 한국사회' 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이 자리에서 정부의 '민주적 시장경제' 를 둘러싼 심도있고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다.

민주주의와 경제의 동시적 발전을 지향한다는 현정부의 통치이념에 대해 개별적인 논의는 있었으나 정치학.경제학.사회학 등 관련학자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본격토론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토론의 중심에는 최근 민주세력 결집을 통한 정치개혁을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최장집교수 (고려대.정치학.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가 있었다.

그는 '민주적 시장경제의 이상과 현실' 이라는 논문을 통해 "시장질서를 마련키 위해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때의 국가는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가 아니라 시민사회에 의해 민주적 통제를 받는 국가여야 한다" 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우선 '민주적 시장경제' 라는 개념적 불투명성이 지적되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 용어가 쓰는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고 전제하고 "그 개념의 불투명성이 노동문제 등 현안을 푸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 고 비판했다.

개념적 불투명성 때문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것인가, 개입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핵심과제 설정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를 지지계층 분석으로 설명한 유팔무교수 (한림대.사회학) 의 '김대중정부의 계급적 성격과 개혁정책' 도 흥미로왔다.

중간계급과 도시주변층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국민정부가 군.관료 출신의 반개혁적인 자민련과 연합함으로써 상대적 개혁성을 상실했다는 것. 이런 상태에서 '민주' 의 구체적 내용은 애매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개념적 모호성 외에도 김기원교수 (방송대.경제학) 는 노사정위원회를 예로 들어 "현재의 개혁에 어떤 경제민주적 요소가 개입되고 있는지 의문" 이라고 함으로써 '민주적 시장경제' 의 허구를 지적하기도 했다.

'개방화에 따라 시장자유화가 진척되면서 사회적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는 이장원연구위원 (한국노동연구원) 과 이복남교수 (청주대.사회학) 의 지적도 같은 맥락의 문제 제기였다.

'민주적 시장경제' 에 대한 발전적 비판도 제기됐다.

김형기교수 (경북대.경제학) 는 "민주적 시장경제가 경직적인 생산체계인 포디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한 의미없는 일이 될 것이라며 '외부의 변화에 유연한 탈포드주의적.민주적 시장경제' 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최교수는 "개혁은 정해진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각 세력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구체화된다" 고 강조하면서 학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대안 담론 생산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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