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바닷속 오염실태-통영 양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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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남해안 청정해역에는 수만㏊의 각종 양식장들이 흩어져 있다.

이들 양식장은 어민들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고 있으나 그 밑바닥은 수십㎝의 쓰레기 퇴적층이 형성돼 있어 문제다.

중앙일보는 스킨스쿠버 모임인 진주해우클럽, 통영시 어업지도선 (선장 강변석.55) 의 도움을 받아 통영시 어업관계자와 함께 바닷속 오염실태를 취재했다.

16일 오후 경남통영시산양읍풍화리 가두리양식장밑 수심 7~8m의 바닷속. 바닥에는 사료와 물고기 뼈들이 뒤엉켜 깊이 50~70㎝의 퇴적층을 형성하고 있다.

양식장에서 떨어져 쌓인 것들이다.

그 위에는 불가사리들이 벌겋게 널브러져 있다.

그물과 밧줄까지 곳곳에 뒤엉켜 있어 거대한 쓰레기매립장을 방불케한다.

양식할 고기를 가둬놓기 위해 쳐놓은 그물은 수심 3~4m까지 내려와 축 처져 있다.

쌓인 찌꺼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다.

그 안에는 수천마리의 죽은 고기들이 쌓여 있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10㎞쯤 떨어진 통영시인평동앞 굴양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양식장 밑 수심 10m쯤 되는 바닷속도 하나 다를바 없었다.

양식장에서 떨어진 패각과 굴 배설물들이 밧줄과 함께 뒤섞여 쌓여있어 마치 '바닷속 난지도' 같았다.

양식장 밑바닥만 문제가 아니었다.

양식장 인근 반경 1~2㎞ 내 바닥도 양식장에서 떨어진 오염물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양식장들이 남해안 청정해역 바다밑을 더럽히는 주요 오염원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취재팀과 함께 잠수한 진주해우클럽 총무 김주용 (金周勇.39) 씨는 "쳐다만 봐도 구토가 올라올 정도로 양식장 바닥은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다" 고 말했다.

경남지역 남해안에는 각종 횟감 고기를 기르는 가두리 양식장을 비롯, 굴.홍합.피조개.우렁쉥이 등 양식장들이 1천9백여곳 1만1천여㏊가 있다.

이곳 바닥은 수년간 줘온 물고기 먹이가 쌓여 수십㎝의 두터운 퇴적층을 형성하고 있다.

여름에는 먹이를 많이 주고 겨울에는 적게 줘 계절마다 쌓이는 높이가 다르다.

그래서 밑바닥 단면은 마치 나무의 나이테를 연상케 한다.

생물이 살 수 없게 된지는 오래다.

오염된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 불가사리만 군식하고 있을 뿐이다.

패류 양식장보다 가두리 양식장이 더 심각한 편이다.

취재팀 확인 결과 통영시산양읍 일대 농어 가두리양식장에서는 2만마리 양식에 하루 4백~5백㎏나 되는 사료를 투입하고 있었다.

양식어들은 사료 덩어리들이 물위에 떠있을 때 한 덩어리씩 물고 내려가 먹이로 삼는다.

그러나 이중 10~20%는 바닷속으로 가라 앉는다.

통영시인평동에서 만난 한 굴 양식업자는 "가두리 양식장 주변에는 굴이 폐사하는 경우가 많아 가두리양식장이 들어서면 인근 굴양식장은 폐쇄된다" 고 말했다.

굴.홍합.우렁쉥이 양식장에서는 이들의 배설물도 문제이려니와 수하식 (垂下式.줄에 매달아 바닷속에 늘어뜨려 놓는 양식방식) 장비인 각종 밧줄이 그대로 버려져 밑바닥을 오염시키고 있다.

법규상 양식업자는 3년마다 한번이상 어장을 청소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양식어민들은 바다청소를 귀찮아 한다.

어장청소를 하려면 어장시설을 전부 철거한 후 바닥을 형망선으로 훑는다.

그물.수하 (垂下) 줄.부이 등 양식 시설물들의 사용연한은 5년 정도. 청소 하려면 이를 모두 철거하고 새로 설치해야 해 3년마다 청소할 경우 비용만 버린다며 어민들은 꺼린다.

양식장 밑은 그렇다 쳐도 양식장 인근 바다밑은 아예 청소조차 않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부는 양식장들이 밀집돼 있는 만 (灣) 별로 청소하는 '특별관리어장 정화사업' 을 벌이고 있다.

7개 만이 있는 경남도의 경우 지난해 고성만을 청소했다.

올해는 안정만을 청소하고 있다.

나머지 진해.고현.한산.자란.강진만 등은 내년부터 2000년 이후까지 청소할 계획이다.

청소할 7개 만의 면적은 5만여㏊이며 청소비는 9백95억원이나 든다.

1개만 (灣) 당 무려 1백40억원이나 드는 것이다.

통영 = 김상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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