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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슬램 덩크’의 리더십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4호 02면

일본 오리콘뉴스가 7월 17일 만화의날(1841년 영국의 만화 주간지 ‘펀치(PUNCH)’ 창간일)을 맞아 10~30대 남녀 900명에게 물었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만화는 무엇입니까?” 1위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 만화 ‘슬램 덩크(SLAM DUNK)’였습니다. 슬램 덩크-. 청춘 만화로건, 스포츠 만화로건, 꽃미남 만화로건 어느 면으로 보나 부동의 정상권 작품이죠.

오랜만에 다시 만화책을 뒤적여 봤습니다. 강백호와 서태웅은 여전히 으르렁거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이번엔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북산고 감독을 맡은 안 선생님이었습니다.

고교 최강 산왕공고를 맞아 종료 1분59초를 남겨 두고 69-74로 뒤지고 있는 상황. 그는 선수들에게 말합니다. “백호군은 우리 팀에 리바운드와 끈기를 더해 줬네. 태섭군은 스피드와 감성을, 대만군은 예전엔 혼란을… 호호홋… 하지만 지금은 지성과 비장의 무기인 3점슛을…. 태웅군은 폭발력과 승리를 향한 의지를. 치수군과 준호군이 지금껏 지탱해 온 토대 위에 이만큼의 재능이 더해졌네. 이것이 북산이야.”

틈만 나면 서로 부딪치던 개성들은 이 말에 ‘하나’가 됩니다. 진정한 ‘팀’을 이루게 된 것이죠. 평소 말은 별로 없지만 그의 가르침은 정확합니다. 동물적 감각이 있지만 기초가 전혀 없던 강백호에게는 프리스로 2만 개를 숙제로 주죠. 마음에 바람이 들어 미국으로 가겠다는 서태웅에게는 우선 국내에서 최고가 돼라고 따끔하게 말합니다. 각자의 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격려해 준 덕분에 북산은 마침내 기적을 일궈 냅니다.

그 안 선생님이라면 우리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지 않을까요. “독재에 항거하고 민주화를 뿌리내렸지. 정보기술(IT) 강국 신화를 만들고 문화로, 스포츠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지금껏 지탱해 온 산업화의 토대 위에 이만큼의 재능이 더해졌네. 이것이 대한민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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