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6일 간의 단식을 끝내고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실에 제출한 뒤 차량에 탑승해 국회를 떠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의원 총회에선 80명 남짓한 의원들이 사직서를 작성했다. 국회의장에게 제출할 것인지 여부를 정 대표에게 위임했다. 찬반이 팽팽히 엇갈린 가운데 찾은 절충안이었다. 이들은 ‘쓰러져 죽을 수는 있어도 결코 물러설 수는 없다’는 제목의 결의문에서 “표결부정과 대리투표로 불법 날치기된 언론악법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사직서 제출 위임결정에 “진정성이 없다”(천정배 의원)며 반발했다. 천 의원은 사직서를 직접 의장실에 냈다. 그는 “달이 태양을 가리던 날 한나라당은 역사의 일식을 자행했다”며 “의원 총사퇴가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직서를 김 의장에게 제출한 의원은 정 대표와 최문순·천 의원 등 3명이다.
개별적인 사직서 제출이 이어질지 정 대표가 위임받은 사직서를 김 의장에게 제출할지는 미지수다. 정 대표는 “국회가 비회기로 들어가기 때문에 원외 투쟁에 주력하지만 필요하다면 원내에서도 싸워 나갈 것”이라며 “모든 것을 원론적 수준으로 접근해 실리를 잃거나 실질적으로 싸울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유보의 뜻을 내비쳤다. 지금까진 천 의원 등의 선택이 “비현실적”(호남권 재선 의원)이란 게 중론이다. 이로써 정 대표와 동반사퇴 의사를 밝혔던 이강래 원내대표도 의원직을 던진 채 직무를 계속하는 어색한 상황은 피하게 됐다.
사퇴서가 수리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회법 135조에 따르면 의원직을 사퇴하려면 ▶회기 중엔 본회의 의결 ▶비회기엔 국회의장의 결재가 필요하다. 의장실 관계자는 “의원직은 국민의 대표권을 위임받은 자리인데 사퇴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사퇴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한다 해도 김 의장이 이를 수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안이 통과됐을 때는 당시 열린우리당이, 1998년엔 사정정국에 반발한 한나라당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실제 의원직 사퇴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어차피 처리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아는데 나중에 거둬들이려면 낯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임장혁·선승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