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180km는 '황토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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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달성군 매곡정수사업소 앞 낙동강물이 황토빛을 띤 채 흐르고 있다. 한 주민이 흙탕물이 된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 주민들은 동네를 휘감고 도는 낙동강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폭 150여m의 강에 온통 흙탕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류역하(49)씨는 "낙동강 물이 마을을 망쳐 놓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맑은 물이 흘러야 할 낙동강이 흙탕물투성이다. 지난달 말 장마가 시작되면서 생긴 흙탕물은 18일 장마가 끝난 뒤 12일이 지난 30일까지도 푸른 색깔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낙동강은 보통 장마 후 일주일이면 맑은 물로 바뀐다. 황토물이 흐르는 구간은 안동시 임하호에서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까지 180㎞. 대구 밑으로는 금호강이 유입되면서 희석돼 그나마 사정이 낫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은 강물에 발조차 담글 수 없다.

안동.구미.대구시 등 250만 시민이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이 강물에 흙탕물이 계속되자 해당 자치단체들의 수돗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강물의 탁도가 안동시 용상동 취수장의 경우 200NTU(물의 탁한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를 넘나들고 있다. 대구와 구미지역의 취수장 강물 탁도도 50NTU를 웃돌고 있다. 정상적인 낙동강 물의 탁도는 10~20NTU다. 대구시 달성군의 매곡정수사업소 도하석(39) 연구사는 "흙탕물을 정화하기 위해 평소보다 응집제와 소독용 염소를 30% 정도 더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장마 등 큰비가 오고 나면 낙동강 상류인 안동의 임하호로 흙탕물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이다.

임하댐관리단에 따르면 2002년 8월 태풍 '루사'때는 임하호가 그해 12월까지 4개월 정도 흙탕물로 변했다. 또 지난해 9월 태풍 '매미'이후에도 흙탕물이 사라지지 않아 그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방류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02년과 지난해 태풍 이후 낙동강은 2개월가량 황토 강으로 변했었다.

영남대 이순화(환경공학) 교수는 "임하댐 건설 당시 상류에 흙탕물 등을 가둘 소형 저수지를 만들지 않아 생긴 현상"이라며 "하루빨리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TU(Nephelometric Turbidity Units)=빛의 산란을 이용해 물의 탁한 정도를 재는 단위. 먹는 물 기준은 0.5NTU이며, 수돗물은 대개 0.1NTU다. 20NTU가 넘으면 물 색깔이 누렇게 보인다.

대구=홍권삼 기자<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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