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암 고교생돕기 학우·교사들 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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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명기야 힘내! 우리가 있잖아. " 부모가 모두 암투병중인 불우한 처지에서도 이웃사랑이 남달랐던 고등학생이 골수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이를 돕자는 운동이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에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대전 서일고 (교장 李宗九) 3학년 조명기 (趙明基.19) 군이 자신도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지난달 말. 갑상선이 부어 대전 서부병원에서 검사를 받다가 골수암 가능성을 들은 뒤 충남대병원에서 정밀검사 끝에 최종 골수암 판정을 받았다.

지난 5일 친구들에게 발병사실을 알리러 학교에 간 趙군은 그자리에서 각혈을 하고 쓰러진 뒤 구급차로 후송돼 현재 서울여의도 성모병원 중환자 병동에서 하루 두차례 혈소판 치료를 받으며 투병중이다.

성모병원측에 따르면 혈소판 치료와 골수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趙군이 완치되기 위해 필요한 치료비는 1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특히 趙군이 투병생활을 시작하면서 趙군 부모가 암투병중이라는 사실도 알려져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버지 조진형 (趙鎭炯.49.자영업) 씨는 4년전부터 갑상선 암.위암 등으로 네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어머니 황영희 (黃英姬.42) 씨도 지난 96년 자궁암으로 판명돼 두차례 수술을 받았다.

게다가 유리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최근 빚보증을 선 친구의 파산으로 7천만원의 빚까지 지면서 가게 수입 대부분이 빚을 갚는데 들어가고 있다.

趙군은 이같은 가정환경 속에서도 봉사활동 참여에 열성적이었다.

주말이면 거의 빠짐없이 양로원을 찾아 노인들의 목욕을 돕거나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봐줬다.

각종 단체에서 하는 자원봉사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 결과 趙군은 지난해 의무자원봉사 (40시간) 의 5배나 되는 2백여시간의 봉사활동을 기록, 전교생중 최고를 차지했다.

이같은 '선행학생' 趙군의 투병생활이 소문나자 학교에서부터 돕기운동이 벌어졌다.

趙군의 각혈 현장을 목격한 3학년 동료학생들은 즉각 총학생회를 소집, 지난 10일부터 교내 모금운동에 나서 5백여만원을 거뒀다.

선생님들도 1백20만원을 내놓았다.

학생들은 모금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PC통신에 도움글도 띄웠다.

여기에 趙군의 사정을 전해들은 주위 사람들이 3백여만을 내놓아 현재까지 1천여만원 가량이 모였다.

학교와 이웃한 계룡대에서는 군인들이 헌혈증서 기증을 약속했으며 홍성표 (洪盛杓) 대전시교육감도 이날 서일고등학교를 방문, 지원을 다짐했다.

문의 대전서일고 (042 - 543 - 3963) , 계좌번호 (농협 453093 - 52 - 049664.예금주 서일고) .

대전 = 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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