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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기업들은 지금]생활용품의 거인 '질레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아시아 경제위기로 소비재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생활용품 업체 질레트사 (社)가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64%를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질레트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백억달러를 돌파했다.

올 상반기 매출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1.9%나 늘었다.

1회용 면도기를 비롯, 브라운 전기 면도기.오럴 - B 치솔.듀라셀 건전지.파커 만년필 등 질레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줄잡아 12억명을 넘어선다.

면도기로만 알려진 질레트의 내실이 꽉 다져진 것은 경영난에 빠진 유명 브랜드를 과감하게 공략, 인수한 뒤 구조조정으로 군살을 빼고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곧바로 매출로 연결시켰기 때문. 80년대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면도기 부문의 비중은 지난해 29%로 줄어든 반면, 90년대 들어 인수한 건전지.칫솔 부문은 31%로 높아졌다.

또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74%가 각 업종별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계열사에서 나왔다.

면도기가 전세계 시장의 70%를 휩쓸고 있는데 이어 듀라셀.오럴 - B.파커 등도 모두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2백여개 국가에 설치된 강력한 해외 판매망도 한몫을 하고 있다.

워너 - 램버트사 (社) 의 '쉬크' 가 80년대말부터 피부 보호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으로 도전장을 냈으나 질레트의 강력한 판매망에 밀려 피부가 약한 10대나 흑인 등 틈새시장 공략에 만족하고 있다.

질레트의 성공적인 기업인수.합병 (M&A) 전략은 과거 '이름값도 못하는 기업' 이란 비판을 받았던 경험 끝에 나온 것이다.

81년 1억2천만달러였던 순이익이 86년 적자로 돌아서자 질레트를 적대적 M&A로 삼키려는 공격이 거세졌다.

당시 질레트는 화장품업체 레브론에 5억6천만달러를 주고 인수 계획을 무마시켰다.

고속 성장의 또다른 비결은 부단한 제품 개발. 지난 4월 공개된 3날 면도기의 경우 6년간 무려 7억5천만달러를 들여 개발됐고 지난해 매출의 49%가 최근 5년 내에 개발된 신제품에서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를 "질레트가 아직 자라지도 않은 수염까지 깎으려 한다" 고 압축해 표현한다.

질레트의 주가는 87년 이후 연평균 33%나 올라 다른 기업들의 두배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질레트는 과거에도 다양한 경영기법을 도입해 대히트를 쳤다.

1차대전중 처음으로 군납을 실시, 제대 군인들을 고스란히 소비자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20년대에는 면도 (Shave) 와 저축 (Save) 의 발음이 비슷한 점에 착안, 은행 점포에서 판촉전을 벌였다.

현재 질레트의 브랜드 가치는 나이키보다 더 높은 1백20억달러로 추정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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