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떠서 달리는 자기부상 열차시대 성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50t 무게의 쇳덩어리 열차가 공중에 떠서 달린다?

10일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열차 시험선로. 언뜻 지하철 차량 같은 2칸짜리 열차가 타원형의 선로 위를 달리고 있다.

주행속도는 시속 50㎞ 안팎. 이 속도의 기차나 지하철이라면 '크르르' 하는 마찰음이 주변의 정적을 깨뜨릴만도 한데 이 열차는 아무런 소리가 없다.

국내 최초의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운행시험은 이렇게 '조용히' 성공 신고식을 마쳤다.

세계 네번째의 부상열차 개발이며 대도시 내 혹은 인근도시와 연계를 목표로 한 저속 도시형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기계연구원과 현대정공은 지난 90년부터 지금까지 국책사업으로 이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1백24억원 가까이 투입해 이런 성과를 거뒀다.

이번 운행시험이 갖는 의미는 차량 2칸을 이은 채 곡선선로와 경사로에서도 정상주행이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것. 한 칸짜리 시험은 지난해 4월 이미 성공한 바 있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적정 편성차량수는 2~4량 (輛)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쯤 되는 수송능력으로 차량당 최고 1백20명을 태우고 시속 1백10㎞로 달릴 수 있다.

선로로부터 떠오른 높이는 1.1cm. 전자석의 흡인력을 이용한 이 부상력 때문에 마찰이 없어 운행시 소음수준은 보통 사무실과 비슷한 50데시벨 (㏈) 로 일반열차의 80dB에 비해 훨씬 낮게 나타났다.

기계연구원의 김봉섭 (金鳳涉) 박사는 "자기부상열차는 쾌적하고 승차감이 좋은 것은 물론 건설비용도 싸다" 고 말했다.

부상열차의 건설비용은 선로 1km당 2백억원을 밑돌아 지하철의 5백억~6백억원보다 훨씬 싸다.

운행유지비용 역시 지하철과 비슷하거나 조금 싼 수준.

현대정공의 김국진 (金國鎭) 박사는 "부상열차용 교통신호.종합사령실 시스템 개발이 끝나는 2002년 이후 상용노선 건설에 착수할 것" 이라고 밝혔다.

기계연구원은 첫 실용노선으로 영종도 신공항 순환노선 건설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대전 유성.제주 관광노선도 검토 중이다.

독일.일본은 시속 5백km 안팎의 고속형 자기부상열차로 각각 함부르크~베를린, 도쿄 (東京)~오사카 (大阪) 구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엽.이재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