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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대 홍성욱교수 '잡종,새로운 문화읽기' 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사이버 공간은 열려있다. 그래서 자유롭다.

누구든 자기 생각을 부담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

'퇴마록' 의 이우혁씨나 '드래곤 라자' 의 이영도씨가 사이버 소설로 대중과 접속한 것도 컴퓨터통신이 있었기 때문.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과학사를 가르치는 홍성욱 교수 (37) .94년 국내 처음으로 과학사 박사 학위를 받은 실력파다.

그 역시 사이버 공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한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관심사를 통신망에 올려놓는 것. 이역만리에서 한국 친구들과 교류를 나눈다는 뜻도 있다.

그의 신간 '잡종, 새로운 문화읽기' (창작과비평사刊) .지난해 여름 PC통신 나우누리에 있는 '21세기 프론티어' 라는 온라인 모임에 가입하면서 올리기 시작한 글들을 단행본으로 묶었다.

무엇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경쾌한 글쓰기가 독특하다.

여성들에게는 '억눌린 자의 냄새가 난다' 며 제법 설득력 있게 여성선호론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돌려 전자주민카드 등 네트워크 기술의 감시와 검열을 걱정한다.

외설시비를 부른 작가 장정일씨와 만화가 이현세씨를 옹호하다가 DJ의 집권은 진보의 방향인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계속되는 영화.통신.포르노.친구.학문 얘기들. 짧은 단상을 모은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현재 우리 주변사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시각이 예리하다.

잡종만이 21세기 성.이념.문화의 갈등을 완화한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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