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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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기국회가 정치권 사정 (司正) 폭풍속에서 10일 문을 연다. 국회가 뒤뚱거리며 일그러진 모양새를 보일 것 같다. 무엇보다 국세청을 동원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불법 모금문제를 놓고 여야간 대치상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은 "이 사안에 이회창 총재도 혐의가 있으면 검찰수사를 받아야 한다" 고 강경방침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이를 '야당 파괴공작' 이라고 단정한 한나라당은 장외 투쟁.국회 불참 검토의 극한 대응수단을 찾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가 원색적인 용어로 상대방을 성토하는 바람에 감정마저 상당히 상해 있다.

이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 9일 오후 한나라당쪽에서 새로운 변화의 모습이 나타났다. 국세청 대선자금 모금 논쟁의 핵심인 서상목 의원이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한 것이다. 그리고 李총재가 10일 여야간 정치복원을 촉구하는 담화를 내기로 했다.

李총재는 대선자금 부분에 대해 완곡하나마 자신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정국 정상화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 이라고 기대한다.

그렇지만 여야 관계가 쉽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는 비리정치인을 가리는 사정과 국회운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로 알려져 있다.

정동영 (鄭東泳) 국민회의대변인은 "정기국회는 정기국회고 사정은 별개" 라며 "정치권 사정과 관련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 고 선을 긋고 있다.

더구나 9일 국회에 들어온 한나라당 오세응 (吳世應)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한나라당도 등원거부 쪽으로 가기가 어렵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 마당에까지 왔는데 장외투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고 다짐한다.

정치권의 파행상태가 오래가면 그 책임이 집권당쪽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옮겨가는 게 이제까지의 국민 정서다. 그것이 여권의 부담이다.

정기국회는 86조원 가량의 99년 예산안, 2백71개의 구조조정 및 민생법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 국회의석도 여대야소로 바뀌었다. 선거법. 정당법. 국회법 등 金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정치개혁입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여권도 사정으로만 몰아가기엔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것은 아니다. 때문에 공동여당의 의석이 1백60석을 돌파하면 국회가 정상화쪽으로 갈 것이란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회창 총재의 10일 담화내용이 정기국회의 첫 갈림길이란 전망에는 일치한다. 담화내용과 이에 대한 여권의 평가와 반응이 주목되는 것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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