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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선박 호텔 소송 휘말려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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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해군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진해 장천항에 2년째 묶여 있는 주코 미라클호.

경남 진해시 장천항에서 1.6㎞정도 떨어진 바다위에는 2년째 흰색 호화 해상호텔 '주코 미라클'호가 오도가도 못한 채 떠 있다. 길이 115m, 폭 38m에 1만3200t급인 이 선박은 금강산 유람선으로 사용했던 설봉호(9300t)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 선박이 바다위에 묶여 있는 속사정은 해군과의 송사에 휘말려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군과 법정다툼을 벌이게 된 사연은 이렇다. 당초 이 배는 JU개발(서울 강남구 신사동)이 2002년 7월29일 남해안에서 해상관광호텔로 이용하기 위해 일본에서 들여왔다. 막상 배가 들어왔으나 덩치가 워낙 커 정박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일단 사업계획이 확정될때까지 진해항에 머무르기로 했다.

문제는 구입후 한달여만인 같은해 8월31일 태풍 '루사'가 남해안을 강타하면서 발생했다. 강력한 태풍은 '주코 미라클호'를 바다 가운데로 밀고 나갔다.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에 5㎞정도 떼밀려 가던 이 배는 공교롭게도 해군의 해저 전력 케이블선과 수중침투를 막기위해 설치해 둔 방책선을 망가뜨렸다.

해군은 즉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태풍에 대비해 선박을 제대로 관리못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JU개발측은 "자연재해로 발생한 사고여서 보상해 줄 수 없다"고 맞섰다. 회사측은 "해양수산부의 선박관리지침에 따라 관리중이었으며 수십년만에 닥친 대형태풍의 위력 앞에 어쩔 수 없었다"며 버텼다.

화가 난 해군은 지난해 11월 창원지법에 59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JU 개발측은 이와는 별도로 2003년 6월 중앙 해난심판원으로 부터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라는 결정을 받아 둔 상태다.

1992년 일본 히로시마 현 쿠레 조선소에서 300억원을 들여 건조한 이 배는 자체동력이 없어 예인선으로 끌어야 한다. 총 31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20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과 120석 규모의 극장 등을 갖추고 있다.

JU개발측은 이 선박에 객실을 새로 만드는 등 내부공사를 다시한 뒤 해상 관광호텔겸 위락시설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도 양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1심판결은 9~10월쯤 내려질 전망이다. 회사측은 현재 세명의 직원을 배안에 상주시켜 관리하고 있다. JU개발측은 "재판이 빨리 끝나야 종합위락시설로 운영할 수 있는데 소송 금액이 워낙 크고 항소가 예상돼 언제 영업을 할 수 있을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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