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살리기 해법]'경기회생'정부 확고한 의지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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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부양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소비 위축을 풀어나가는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라. " 내수기관 붕괴를 우려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내놓은 처방전의 골자다.

지금은 경제의 앞날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너무 커져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다보니 자칫하다간 '성장의 불씨' 조차 상실하게 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는 무엇보다 정부가 내수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

예컨대 "지금 시세가 바닥이니 사야겠다" "자산가치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겠지" 하는 기대심리를 조금이라도 갖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아무리 풀어도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화공급확대와 수요자금융 활성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내수진작 방안은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논란이 있지만 감세정책이나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경기변동시 다른 부문 보다 감소폭이 적어 성장감소의 제어장치기 되어주어야할 가계소비가 급감해 오히려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특별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경기부양 의지를 분명히 밝혀라 = 소비감소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가계소득 감소, 국가경제나 개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고금리와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축소, 소비를 죄악시하는 사회분위기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대책마련도 복합적이어야한다.

전체적으로는 경기가 살아나야 소비도 살아날 것이므로 경기부양을 위한 거시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한다.

통화공급을 늘리고 금리도 더 낮춰서 돈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우선순위다.

또 재정적자를 확대해 수요를 유발하는 재정정책도 필요하다.

특히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선 경기부양책을 쓰겠다는 의지를 정책당국이 확실히 공언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 이란 기대감을 국민들이 갖게 만들어야한다.

물론 구조조정을 확실히 끝내야 심리적인 불안감이 해소돼 소비가 되살아날수 있다.

그래서 소비진작을 위한 경기부양책은 구조조정이 매듭된 다음에 쓰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단시일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두고두고 추진해야할 과제다.

그때까지 경기가 죽든 살든 내버려두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감세정책을 펴라 = 한시적으로 적절한 감세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미래가 불안하다보니 소득이 줄어드는데도 오히려 저축이 늘어나고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 저축이 무조건 늘어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않다.

저축율은 투자율에 맞춰지는 게 좋은데 지금처럼 투자가 전혀 안되는 형편에 저축만 많아지면 그만큼 총수요가 위축돼 경제가 죽어버린다.

따라서 이자소득세 등 저축에 따른 세금은 높이고 부가세.특소세 등 소비에 따른 세금은 낮춰서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어차피 팔리지않아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 마당에 차라리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소비를 부추기고 이를 통해 세율인하분을 벌충하자는 것이다.

소비관련 세금 인하는 정부가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적극적인 시그널로 작용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소비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 IMF를 초래했다는 죄의식과 심리적 불안감, 어려움을 겪고있는 이웃에 대한 배려 등으로 쓸만한 여유가 있는 계층조차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있다.

따라서 소비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정부가 나서서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도 "소비가 애국하는 길" 이라며 건전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할 정도다.

종교.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건전소비권장운동' 을 벌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사회지도층이 골프를 자유스럽게 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일단 소비를 부추기기 위한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의준.신예리 기자

[도움말 주신분들]

박종규 (朴宗奎)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심상달 (沈相達) KDI거시경제팀장.유한수 (兪翰樹)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종원 (李宗源)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철환 (李喆煥) 재정경제부 산업조사과정.장병화 (張炳和) 한국은행 경제조사실장.최공필 (崔公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최상목 (崔相穆) 재정경제부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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