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라이코스 1000억에 인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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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업체인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미국의 유명 포털 라이코스(www.lycos.com)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 측은 29일 "라이코스의 모기업인 스페인 테라사와 현재 인수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구체적인 진척 사항은 추후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다우존스는 한국의 한 인터넷 업체가 7500만유로(약 1000억원)에 라이코스를 인수하기로 테라와 잠정 합의했으며, 이번 주말께 인수조건이 확정될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면서도 "다음의 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회사라면 어느 곳이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번 라이코스 인수 추진은 다음이 본격적인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은 최근 88억원을 투자해 일본 최대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인 카페스타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몇몇 유명 인터넷 기업 인수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최근 검색과 쇼핑 부문 강화를 위한 투자자금을 마련하겠다며 900억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이코스는 검색과 커뮤니티 분야에 강점이 있는 업체"라며 "라이코스를 인수하면 유럽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라이코스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점에 다음이 끌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라이코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업체로 한때 야후.AOL 등과 함께 미국의 3대 포털에 꼽혔으나 현재는 순위가 밀려 미국에서 6위 정도다. 2000년 스페인의 통신업체 테라포니카가 인수할 때 금액이 당시로는 기업 M&A 사상 최대인 125억달러였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LG투자증권은 인수자금 외에도 대규모 마케팅 비용 등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세종증권은 라이코스가 미국 중상위권 포털 업체로 다음과의 시너지 효과가 작고 라이코스가 현재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다음의 주가는 전날보다 2950원(8.26%) 하락한 3만2750원을 기록했다.

서경호.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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