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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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일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본격적인 '김정일 (金正日) 시대' 의 개막을 선포하는 자리다.

북한체제 관리의 새로운 청사진도 나온다.

주석 취임은 당총비서 (97년 10월 추대) 와 군최고사령관 (91년 12월 선출) 직에 있는 김정일에게 국가를 대표하는 권한을 공식 부여하는 의미가 있다.

94년 김일성 (金日成) 사망 이후 사실상 북한 최고지도자로 군림했지만 아버지의 유훈 (遺訓) 통치 형식을 따랐다.

이제는 대외적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얼굴' 이 되는 것이다.

국가 공식 수반으로서 법령 공포와 조약 비준.외교대표의 임명권을 갖게 된다.

주석제도는 김일성이 권력집중을 위해 72년 기존의 수상제를 폐지하고 도입했다.

올들어 북한은 30여개 국가에서 친북단체들을 동원, '김정일 주석추대 모임' 을 만드는 등 분위기 조성에 힘써왔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들도 김정일의 주석 선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9일 정권수립 50주년 행사에서 취임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밖으로 나서길 꺼리는 김정일의 개인성향 탓에 주석 취임없이 지나가는 막판 깜짝쇼가 펼쳐질 가능성을 거론하는 일부 북한 전문가도 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다뤄야 할 또다른 문제는 조직과 인사다.김일성 사후 4년 동안 그 분야는 방치되다시피했다. 정무원 총리와 인민무력부장 등 주요 자리만 20여곳이 비어있다.

따라서 조직개편은 김정일체제 출범을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대폭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보여 평양에 '인사태풍' 이 일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지난 7월 26일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나타났듯 원로의 퇴진과 신진관료.신세대의 부상, 김정일 측근의 포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있는 경제문제는 우선 새로운 경제계획 발표로 타개해 나가려 애쓸 것으로 보인다.

'완충기 경제계획' (94~96년) 실패 이후 '고난의 강행군' 으로 통칭되던 경제상황을 헤쳐나갈 구체적 대안이 관심이다.

한 북한 소식통은 "과감한 외자유치와 관광사업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관련 법령이 공포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의회기능 정지로 파행 운영됐던 국가예산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올해 예산안에 대한 보고도 나온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김정일이 시정연설을 통해 통치구상과 프로그램을 밝힐지 여부다. 지난 4년 동안 김정일은 신년사조차 북한신문들의 '공동사설' 로 대체시켰다. 한번도 공개연설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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