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텃밭서 수위높인 DJ … 부산발언 속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4일 정치개혁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까지의 발언중 수위가 가장 높았다.

"국민이 불신하는 정치로는 이 국난을 타개할 수 없고 남북대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다."

부산을 방문한 金대통령은 이날 부산시청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치개혁을 국가존립의 과제로까지 격상시켰다. 金대통령은 특히 '중대결심' 이란 표현을 썼다.

"중대결심을 갖고 반드시 부정부패를 일소, 새로운 정치풍토를 조성하겠다" 고 했다. '중대결심' 은 金대통령이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아마도 최근 국민회의 정대철 (鄭大哲) 부총재의 구속 등을 염두에 두고 한 말 같다" 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金대통령은 이와 함께 야당의원 영입에 대한 강한 의지도 표출했다. 정국안정과 그를 바탕으로 한 정치개혁을 하자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었다.결국 정치개혁은 사정과 영입의 방법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얘기였다.

일부의 지적처럼 단순히 영입을 위한 사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정치개혁에 모아져 있음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그것은 명분이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동기다. 특히 사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이유다.

金대통령은 국민여론을 적시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70%의 국민이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金대통령 스스로가 이제는 힘으로 제압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金대통령은 국난극복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에 많은 아쉬움을 표한바 있다.

그래서 "정치권이 발목을 잡고 있다" 는 말까지 했다.

이제 경제위기 극복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된 金대통령이다. 金대통령은 야당의 비협조 속에서도 자신이 그것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정치권에 대한 개혁의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은 강력한 사정이 펼쳐질 것 같다.

金대통령은 얼마전 검찰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하라" 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검찰 수사상황에 대해 일일이 챙기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