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기업들은 지금]지도 바뀌는 항공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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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구촌 항공업계가 전략적 제휴를 통한 경쟁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유럽.아시아 항공사들이 서로 제휴관계를 맺고 치열한 가격.서비스 경쟁에 공동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간 제휴의 시동을 건 것은 지난해 5월 미국 유나이티드.독일 루프트한자가 중심이 돼 결성한 '스타 얼라이언스 (공동협정)' .이어 스칸디나비아항공.에어캐나다 등의 추가 참여로 6개사 (社) 간의 대연합이 이뤄져 미. 유럽. 아태 지역에 걸쳐 1백6개국, 종업원 21만명, 5백78개 도시의 항공 노선을 수용하게 됐다. 내년에는 뉴질랜드 항공과 안셋 오스트리아항공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자극 받은 영국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미국 아메리칸항공이 최근 '월드 얼라이언스' 를 구성하고 공동 운항을 시작했다.

대서양을 연결하는 양사는 미 - 영 노선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더욱이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는 호주 퀀터스 항공 지분의 25%를 취득하는 등 자본 제휴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질 높은 서비스로 정평이 나 있는 유럽의 스위스항공.오스트리아항공.사베나 스페인 항공 등 3사도 지난 3월 뭉쳤다.

이에 따라 125개국, 2백94개 도시를 운항하게 돼 국가 수에선 '스타 얼라이언스' 를 앞지르고 있다.

이들은 또 미 델타항공과 '애틀랜틱 엑셀런스' 라는 얼라이언스를 맺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이와 별도로 지난 5월 유나이티드 항공과 공동 운항을 축으로 하는 제휴를 발표한 바 있어 '유럽 3사' 가 그대로 스타 얼라이언스와 합쳐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항공사 제휴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미.유럽 항공사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 항공사들은 지난해 항공자유화가 이뤄진 유럽연합 (EU) 시장에 진출할 호기를 맞고 있다.

항공사 단독으로 노선망을 확대할 경우에는 항공기 구매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공동운항을 하면 낮은 비용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유럽, 특히 미국의 경제 호황에 따른 항공수요의 증가도 한몫 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으로 입출국 수속대.사무실을 설치하는 한편 광고 등도 함께 게재해 비용절감을 꾀한다.

또 자신들이 노선을 개설하지 않은 지역에 제휴업체 항공기를 이용,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고객입장에서도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탈 때 별도 수속을 거칠 필요가 없어지고 제휴사간 공동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혜택을 입을 수 있게 된다.

공동협정의 확대에는 미.유럽, 특히 미국의 경제 호황에 따른 항공수요의 증가도 한몫 하고 있다.

미 최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의 경우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로 지난 2분기 태평양 노선의 여객수요가 10% 이상 감소한 반면 대서양.중남미 노선은 오히려 13%, 9%씩 늘어났다.

미 2위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의 지주회사인 AMR사도 2분기중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5%, 3위인 델타항공은 20%씩 늘어났다.

한편 경제위기의 난기류에 빠진 아시아 항공사들은 여객 감소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데다 인원 감축.사업 축소 등 구조조정이 바빠 선뜻 전략적 제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필리핀항공 (PAL) 이 지난해 2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냈고, 인도네시아 셈파티 항공은 파산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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