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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긴축포기·산업 국유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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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러시아가 모색하고 있는 '개혁정책 수정' 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 국가 두마 (하원) 는 2일 정부의 긴축정책 완화와 경제에 대한 통제력 강화를 골자로 한 '러시아 연방 사회.경제 발전방안' 을 채택했다.

두마가 채택한 발전방안은 앞으로 러시아 정부가 취해나갈 개혁정책의 방향을 설정한 것. 러시아 언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방안은 ▶산업기반의 복구 및 발전책 마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강화와 활성화 추진▶국가 재정체계 건실화▶통화유통의 표준화 분야에서의 정부조절력 강화 등을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 추진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중앙은행과 정부가 붕괴위기에 직면한 은행시스템을 신속히 복구해 ▶상업은행들의 현금 유동성을 복구시키며 ▶시민들의 예금을 보전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 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지금까지 개혁파 및 전임 세르게이 키리옌코 내각이 추진해오던 ▶긴축재정 정책을 포기하고 ▶통화증발을 통한 산업부양책을 쓰라는 이야기라 말하고 있다.

또 금융 및 자원분야에 대한 국가의 조절력강화란 명분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일정부분의 국유화와 국가통제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것으로 서방측 입장에서는 개혁의 포기와 정책전환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에서는 이 문제를 '러시아의 개혁정책 후퇴' 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국제통화기금 (IMF) 의 지원아래 개혁정책의 핵심으로 통화긴축.긴축재정을 통한 사회주의 경제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따라서 두 핵심정책의 방향전환은 개혁정책의 기본축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 예금을 보전하고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해 은행들을 도와주고 밀린 임금들을 주기 위해 루블을 찍어내고 재정적자를 확대한다면 지금까지 러시아정부가 고통스럽게 추진해왔던 개혁정책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나아가 이런 정책은 금리를 인상시키고 고인플레를 불러 기업부도가 늘어나고 물가폭등을 유발시켜 국민 생활수준을 하락시킴으로써 개혁의 토양을 더욱 붕괴시키는 악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망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고 주장하는 보수세력이나 공산당 계열의 정치세력들이 득세하게 되고 결국 개혁은 멀어진 채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IMF가 "고통스러워도 참고 개혁을 하라" 고 한 것은 이 같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제사회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나름대로의 결심을 실행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로 보인다는 것이 서방의 시각이다.

러시아 개혁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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