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지막 협상 … 미디어법 일촉즉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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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함께 미디어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임시국회에 전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20일 반드시 처리하겠다”(안상수 원내대표)고 하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국회 사무처는 본청 출입 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일요일인 19일 하루 벌어진 일이다.

이날 아침부터 국회 본관은 ‘전시(戰時)’ 분위기였다. 본회의장을 여야 의원들이 다시 점거했다. 외부인의 본관 출입이 통제돼 민주당 인사들과 국회 방호원들이 한때 충돌하기도 했다. 오후 8시쯤 “여야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10시 마지막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일촉즉발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단합해 정권 재창출하자”=오후 8시에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여러 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상 중인 사실을 소개한 뒤 “(협상은) 하는 데까지 하고 (안 돼도)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대목이 그중 하나였다. “어려운 고비가 많았지만 단합을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대목에서도 그랬다. 이날 오후 ‘내일 직권상정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이 알려진 직후와는 달리 의원들은 차분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아침부터 드라이브를 걸었다. 오전 8시10분 한나라당 의원 40여 명이 본회의장에 우르르 몰려갔다. 신성범 원내 대변인은 “민주당이 의장석을 점거한다는 첩보가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곧이어 열린 의총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협상 시한은 오늘까지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일 직권상정을 건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지켰다.

◆“여기서 무너지면 앞날 없어”=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오후 6시 “170석(실제는 169석) 거대 여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라며 “재벌방송·족벌방송은 안 된다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단식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도 제안했다.

그러곤 대표실에 미리 준비한 파란 매트 위에 앉았다. 이규의 부대변인은 “말도 최소한으로 해야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만큼 단식 모습을 계속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후 8시30분 정 대표는 자신을 찾아온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법안 처리를) 왜 이리 서두르느냐”고 묻기도 했다.

앞서 오후 3시 의총에선 한나라당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 때문에 국회가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고 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여기서 무너지면 18대 국회에서 우리의 앞날은 없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우자”고 촉구했다.

◆고심하는 국회의장=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오늘 중으로 내일 (국회 본회의) 의사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를 완료해 달라”고 허용범 국회 대변인을 통해 각 당에 주문했다. 정치권에선 직권상정 의지라고 해석했다. 그의 선택에 따라 쟁점법안의 처리와 여야 운명은 엇갈리게 된다. 김 의장으로선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으로 몰리고 있다. 국회 마비 상태가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새벽 자신의 홈페이지에 “방송법이 이렇게 죽기살기로 싸워야 하는 법인가. 협상하고 타협하면 못 할 게 없는데 의장인 내가 아무리 종용해도 협상도 타협도 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글을 올렸다. 박 전 대표의 입장이 전해진 이후 김 의장 주변에선 “좀 더 지켜보자. 막판 고심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백일현·선승혜·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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