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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빨랫감...3년후엔 2배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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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크린토피아 본사 공장은 거대한 빨래터다. 세탁공장 입구에는 분당, 강남, 송파 일대에서 배달돼 온 빨랫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루 1만5000장씩 도착하는 빨랫감은 이들 지역 세탁편의점에서 보낸 것들이다. 공장 입구에 부려진 옷들은 우선 옷감의 종류, 옷의 형태, 세탁 방식에 따라 분류된다. 분류되면서 얼룩이나 묵은 때가 묻은 부분의 초벌 빨래도 함께 이뤄진다.

같은 종류끼리 다시 모인 빨랫더미는 각각 거대한 세탁기로 나뉘어 들어간다. 이제부터는 자동화된 대형 세탁기의 몫이다. 대형 세탁기는 세제와 용제로 옷을 세탁한 후 건조까지 도맡아 처리한다. 드레스셔츠, 양복, 바지 등 다림질이 필요한 옷이 각자에 맞는 틀에 입혀지면 앞뒤로 거대한 다림판이 꾹 눌러준다. 소매처럼 까다로운 부분은 안쪽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으로 부풀려 주름을 편다. 크린토피아의 이범택 사장은 “드레스셔츠 한 장 다리는 데 불과 10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이런 시스템이 크린토피아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크린토피아의 세탁요금은 동네 세탁소 보다 훨씬 저렴하다. 드레스셔츠 한 장을 세탁하고 다림질하는데 불과 900원이다. 양복 한 벌 드라이 클리닝은 5000원, 겨울 모직 롱코트 세탁도 6000~7000원에 불과하다. 가격이 낮다고 세탁 품질까지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사장은 “연간 4000만벌씩 빨래를 하면서 얻어낸 최적의 세제와 가장 좋은 용제를 배합해 빨래하기 때문에 동네 세탁소보다 낫다”고 자부했다. 크린토피아는 회사 내에 자체 실험실을 가동한다. 섬유공학과를 나온 이 사장을 비롯한 연구인력이 옷감 별로 가장 세탁력이 좋은 세제를 찾아낸다. 특히 물세탁에 쓰는 세제는 크린토피아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크린토피아는 성남 공장 같은 ‘빨래공장’이 전국적으로 68개 운영한다. 이들 공장은 본사가 100% 소유한 것이 아니다. 거점별로 사업자를 모집해 크린토피아와 공통투자해 독립적인 법인으로 운영된다. 이 사장은 “만약 공장을 100% 자체 공장으로 만들었다면 자금면에서나 품질면에서 지금 같은 속도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섬유공학과를 나온 이 사장은 원래 염색업을 했다.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스톤워시 진’ 가공으로 한때 사업이 번창하기도 했다. 당시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등 고급 브랜드에는 이 사장의 제품이 50% 이상 차지했다. 하지만 유행이 빠르고, 브랜드 제품에 납품하는 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염색업을 계속 하기는 쉽지 않았다. 1990년대 초 사업차 일본을 방문한 그는 일본의 세탁시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이 한국보다 오히려 세탁비가 더 쌌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아보니 개인 세탁소가 세탁업을 전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당시에도 세탁시장의 80%를 기업형 세탁업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1992년 크린토피아라는 이름으로 세탁업을 시작했다.

2001년 말 전국 28개에 불과했던 세탁편의점은 이후 급성장해 올해 초 1000개를 돌파했다. 6월말 현재 전국에 1200개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불황이지만 크린토피아는 올해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별다른 기술없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세탁편의점의 특성상 올해 프랜차이즈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아직 전국 세탁시장의 10%만 점유한 데 불과한 크린토피아로선 일선 영업망이 늘어나는 것이 성장을 위해 가장 좋은 일이다.

크린토피아는 지난 5년간 평균 40%씩 성장했다. 2012년까지 세탁편의점 2000호점을 낸다는 게 이 사장의 포부다.

이석호 이코노미스트 기자 lukoo@joongang.co.kr 사진=정치호 기자

* 상세한 기사는 20일 발매되는 이코노미스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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