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왕위전]조훈현 - 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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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제7보 (127~143) =흑의 다음 수가 '가' 일 것이라고 예측한 것은 이 수가 백의 눈을 탈취하는 수일 뿐만 아니라 백 '나' 로 끊는 끝내기의 맥을 사전에 방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호는 공격을 좋아하지 않으며 항상 끝내기를 염두에 두고 바둑을 둔다는 관점에서 '가' 에 둘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李왕위는 거의 노타임으로 127에 밀었으며 놓이고 보니 역시 그곳이야말로 공수의 급소였다.

이창호 바둑을 늘 보면서도 사람들은 이창호를 잘 모른다.

李왕위가 만약 약빠르게 집이나 잘 챙기는 바둑이라면 어찌 그 품격으로 세계의 1인자가 될 수 있었을까. 그는 오래 참고 작은 것도 소홀히 여기지 않으며 만용과 요행수를 멀리 하고 성심성의로 최선을 추구해 간다.

호풍환우 (呼風喚雨) 하는 재주를 감추고 진실하게 정법을 찾는 것이다.

128로 뛰자 129로 공격태세. 하변을 공격하지만 흑의 뜻이 멀리 상변의 백쪽에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曺9단은 그래서 130으로 두텁게 꼬부렸는데 李왕위는 국후 이 수가 발이 늦었다고 했다.

130은 정수일 것이다.

승부로 둔다면 '참고도' 백1이 좋다.

이 수는 A의 연결을 보고 있으니까 흑이 2로 굴복해 준다면 3으로 곧장 연결한다.

물론 흑은 어디론가 반발하겠지만 그건 어쨌든 승부다.

형세를 살피면 비록 공격은 당할지언정 집은 백이 좋다.

曺9단도 이 바람에 승부를 피했던 것이다.

실전에서 백은 결국 140까지 연결했으나 아직도 '다' 의 절단이 남았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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