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여왕과 친절한 어머니 사이에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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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호 30면

요즘 대형 기업의 이사회나 경영위원회를 한번 보십시오. 진한 색 정장을 입은 남성들만의 천국이 아닙니다. 남성만큼 공격적이고 진취적이며 야망 어린 여성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여성 리더를 능력 못지않게 단점을 꼬집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이제 여성 리더가 범하기 쉬운 몇 가지 실수를 정리해볼 때가 됐습니다. 정확하게 말해 다섯 가지입니다. 남성 리더는 그런 실수를 전혀 저지르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더 많이 저지르는 것들입니다.

왜 여성 리더들이 그런 실수를 많이 저지를까요? 차례차례 설명하려고 합니다. 단지 문화적이고 전통적 요인 때문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여성 리더가 그런 실수를 자주 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합니다.

첫째, 여성 리더는 부하들과 거리를 능란하게 조절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우리 부부가 잘 아는 여성이 1977년 미국 보스턴에 있는 건축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오너·동료·부하들로부터 제대로 대접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답적인 남성 리더의 행태를 모방했습니다. 강한 척하고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했지요. 그는 부하들에게 불친절한 인물이 아니었지만 일부러 냉정하게 대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와 같은 타입을 ‘얼음 여왕(Ice Queen)’이라고 부릅니다. 70년대에 얼음 여왕은 어느 정도 통했습니다. 요즘은 어림도 없습니다. 마냥 보듬어주는 ‘좋은 어머니’가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적절하게 거리를 조절해야 합니다.

둘째, 여성 리더는 일터를 직원들의 에덴 동산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얼마 전 우리 부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여성 리더한테서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작은 회사를 이끌고 있는데 직원들의 생일·결혼 등을 잘 챙겨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아 탈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여성 리더가 회사 조직이 직원들의 에덴 동산이 아님을 분명히 하지 않아 생긴 일입니다. 회사는 고객을 위해 존재합니다.

셋째, 여성 리더는 부적절한 사람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비즈니스 리더도 사람을 뽑고 부리는 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입사 희망자는 서류나 면접에서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명한 리더라면 채용 실수를 쉽게 인정합니다. 부적절한 사람을 신속하게 내보내 실수를 바로잡습니다. 하지만 여성 리더는 과감하게 내보내지 못합니다. 사람 보는 안목이 없는 리더로 평가받는 게 두렵기 때문이지요.

넷째, 여성 리더는 멘토 한 사람에게 의지하려고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우리는 ‘절친한 멘토를 하나 가져야 한다’는 충고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여성 리더들은 멘토를 필사적으로 찾으려 합니다. 우리 부부가 보기에 남성 리더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된다는 식입니다. 대신 주변의 친구나 참모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판단해 결정합니다. 여성 리더가 고대하는 그런 멘토는 드뭅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지식·정보·조언을 참고하는 게 좋습니다.

다섯째, 여성 리더는 자신의 성취를 중시하는 듯합니다. 한 사람이 리더의 반열에 오르면 더 이상 자신의 경력관리에 치중하지 말아야 합니다. 거느리고 있는 사람의 성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 남보다 먼저 손을 들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리더는 부하들이 잘해야 성공하는 자리입니다. 내가 잘한다고 성공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지요.

다시 강조하지만 이는 남녀 리더 모두가 저지르기 쉬운 것들입니다. 단 상대적으로 여성 리더가 더 많이 범하는 실수들입니다. 생각을 조금씩만 바꾸면 이런 실수를 쉽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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