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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기초과학자 파격 지원 … 노벨 과학상 도전 나선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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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호 24면

최광웅 부이사장

지난해 노벨상 시상식에서 일본은 물리학(3명)과 화학(1명)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인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지금까지 13명. 한국엔 아직 노벨 과학상을 받은 사람이 없다. 정부와 대학·기업이 ‘13 대 0’이라는 기록을 깨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우리 기초과학계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당장 돈벌이가 되는 기술 개발에 치중하다 보니 기초과학은 찬밥 신세를 면하기 힘든 처지다.

‘베세머 과학펠로십’ 만든 포스코 청암재단의 최광웅 부이사장

포스코 청암재단이 기초과학 지원을 위해 ‘베세머 과학펠로십’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수학·물리학·화학·생명과학을 연구하는 박사 과정생, 박사후 연구원, 신임 교수를 10명씩 모두 30명 뽑아 개인당 최장 3년간 7500만원까지 지원한다. 2012년 이후엔 지원 대상자를 70명, 연간 지원 금액을 2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올해 지원 신청은 20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받는다. 일주일 전 모집 공모를 냈는데 하루 10여 건씩 문의가 올 정도로 반응이 좋단다. 최종 선발자는 11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최광웅(65) 청암재단 부이사장은 “해외 대신 국내 대학과 연구소를 선택한 기초과학자를 지원할 것”이라며 “다른 기관에서 후원받고 있더라도 연구 주제가 우수하면 ‘중복 지원’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대가(大家) 밑에서 공부한 후학이 노벨상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국내 과학기술도 꽤 높은 수준에 올랐는지만 유능한 인재가 선진국 유학을 고집하는 게 현실이지요. 이들이 국내에서 자긍심을 갖고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최 부이사장은 “과학펠로십 설립은 재단 이사장인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뜻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어 안타까워하던 박 명예회장이 “정예의 과학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두뇌 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과학펠로십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펠로십의 이름은 1856년 철강 대량 생산 공법을 개발한 영국의 엔지니어 헨리 베세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최 부이사장은 지원 대상자를 제대로 뽑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1차 심사에서 선발 인원의 2배수를 추천받고, 전문가 의견서를 첨부해 면접 전형과 내부 토의를 거쳐 최종 선발자를 가리게 됩니다. 이를 위해 국내 저명 과학자 24명을 추천·선발 위원으로 위촉했습니다. 최고 석학이 최고 후학을 가장 공정하게 뽑는 컨셉트로 선발제도를 마련했습니다. 학벌이 아니라 창의성과 연구의욕에 점수를 줄 방침입니다.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와 슬론재단을 벤치마킹했습니다.”

1971년 포스코 공채 3기로 입사, 34년간 근무했다는 최 부이사장은 2005년 3월부터 청암재단의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둘째 아들이 얼마 전 포스코에 입사해 ‘부자 포스코맨’이 됐다.

“86년 포스텍(포항공대) 설립 당시 김호길 초대 총장(94년 작고)이 박태준 명예회장에게 ‘20년 뒤 이곳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약속했어요. 이제 첫 노벨상 수상자가 포스텍 출신이 될지, 청암 펠로십 출신이 될지 선의의 경쟁을 해야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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