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사정]여권-검찰 서로 설명달라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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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권 사정과 관련한 여권 인사들의 발언과 검찰의 설명이 달라 혼란스럽다.

여권 인사들은 비리 혐의가 포착된 정치인의 소환.사법처리가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현재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한나라당 이신행 (李信行) 의원을 제외하고는 소환조사할 만큼 비리가 드러난 정치인은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 기술상 정치인 수사에 신중을 기할 가능성을 감안한다 해도 일부에서는 여권이 정계개편을 촉진시키기 위해 정치인 소환 임박설 등을 퍼뜨리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경성 특혜지원 사건 = 여권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수도권 중진 K의원과 경성그룹 연고지였던 대전.충청권 출신 자민련 상임위원장급 2명, 국민회의 의원 2명 등 현역의원 5명이 곧 소환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8월초부터 재수사를 벌여온 서울지검 김규섭 (金圭燮) 3차장은 "정치권과 관련해 새로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

오는 9월 10일께 재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새로운 것이 없어 고민중" 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경성그룹이 한국부동산신탁의 자금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정치인 10여명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재수사에 나섰으나 지금까지 이들 정치인이 경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청구그룹 비자금 사건 = 국민회의 김영환 (金榮煥) 의원이 청구그룹 비자금 2백억원의 구 (舊) 여권 유입설을 밝힌 뒤 정치권에선 한나라당 K.S.P의원 등이 다음주중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검찰은 장수홍 (張壽弘)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2백억원 가운데 50억~60억원 정도가 홍인길 (洪仁吉) 전의원 등 구여권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10여명에게 흘러간 혐의를 일부 포착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정치인이 대부분 95년 6.4 지방선거전에 정치자금 성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대구방송 (TBS) 허가나 청구의 관급공사 수주 등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인들이 드러날 경우 대가성을 인정해 사법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 洪전의원이 일부 정치인들에게 청구 관련 민원을 부탁하면서 자신이 받은 돈 중 일부를 주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기아그룹 비리 = 정치권에선 기아그룹 김선홍 (金善弘) 전회장 등이 비자금 9백억원을 조성, K.S의원 등 구여권 정치인들에게 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기아그룹 비리를 수사하면서 金전회장이 기아자동차 경영권 유지를 위해 만들었던 경영발전위원회 기금으로 빼돌린 2백50억원 외에 정.관계에 뿌려졌을만한 비자금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다만 ㈜기산 사장을 지낸 이신행의원이 조성한 비자금 1백85억원 가운데 개인적으로 빼돌려 사용처가 미확인된 43억5천만원 중 상당액이 구여권 인사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기타 비리 의혹 = 정치권에선 "개인휴대통신 (PCS).종금사 인허가 의혹에 한나라당 의원이 2명씩 개입돼 있다" 는 설이 돌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두사건의 수사를 종결하고 1심 재판까지 마친 상태지만 정치인이 개입한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PCS 수사는 이석채 (李錫采) 전 정보통신부장관, 종금사비리는 이환균 (李桓均) 전 재정경제원차관 부분만 빼놓고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 라며 "이 사건들은 수사 초기부터 정치권 개입 의혹이 제기돼 집중적으로 수사했지만 드러난 게 없었다" 고 말했다.

또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사건은 한나라당 의원 2명과 국민회의 의원 1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정치인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철근.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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