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커피카페 미국 커피전문점과 카페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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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시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카페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의 카페 체인점인 맥카페와 스타벅스가 파리에서 급성장하면서 기존의 원조 파리 카페들과 기세 싸움이 요란하다. 분위기 좋고 편의시설이 잘돼있는 미국 수입 카페들은 젊은이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랑스 카페들도 자구책으로 100년동안 없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값싸고 분위기좋은 미국카페 인기= ‘미국연합군’이 아직은 수적으로 절대 열세다. 두 브랜드는 프랑스에 각각 50개씩의 점포를 열고 있다. 프랑스의 기존 카페와 바,간이음식점의 수는 3만8600개다. 그러나 미국 카페의 공세는 매섭다. 50개 매장을 가진 프랑스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은 5000만 유로(약900억원)를 넘어섰다.

스타벅스의 프랑스 상륙 작전 초기 정책에 따라 프랑스인들이 즐기는 에스프레소 가격을 1.2유로로 저렴하게 책정한 것이 주효했다. 더욱이 에스프레소 뿐 아니라 프랑스 카페에서 맛볼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커피를 맛볼 수 있고 다양한 간식이 구비된 것도 장점이다.

필리프 산체스 스타벅스 프랑스 대표는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는 치즈케이크 등 간식 판매가 미국보다 훨씬 많은 편”이라면서 “다양한 빵과 음료를 선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5년 내에 점포수를 150개까지를 늘릴 예정이다.
맥카페는 스타벅스보다 가격이 더 싸다. 커피 한 잔에 빵을 들어도 1인당 평균 지출액이 3유로(약5400원)에 불과하다. 모든 지점에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고 요즘같은 무더위에 냉방도 된다. 기존의 프랑스 카페들에는 찾아볼 수 없는 점을 모두 갖춘 셈이다. 때문에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프랑스의 맥카페 점포수는 5년안에 35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공세에 프랑스 카페들은 고전을 면치못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카페에 들른다는 사람이 10년 전 85%에서 41%로 줄었다. 파리의 카페 수도 90년대 초반까지는 2000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1300여개에 불과하다.

미국 카페의 공세속에 이들 프랑스 카페의 운영이 가능했던 건 그나마 골초 손님 덕분이었다. 담배를 물고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들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보다는 기존 카페를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 카페에 금연이 전면 시행되면서 골초 단골마저 떨어졌다. 최근 르 파리지앵 보도에 따르면 애연가의 15%가 금연 조치 시행후 카페를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렇게 되자 구식 카페들도 변신에 나섰다. 파리 시내 곳곳에는 아침과 점심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미국식 ‘브런치’를 판다고 써붙인 집이 부쩍 늘었다. 골초 손님이 떨어지면서 아침 장사가 잘 안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준비한 조치다. 처음에는 주말에만 선보였지만 요즘은 주중에도 운영한다.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밖에 가족손님을 끌기 위해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 있는 ‘어린이 메뉴’를 갖추는 집에 많아졌다. 치킨이나 햄버거 스테이크에 오렌지 주스 등을 양은 적게 하면서 가격을 낮춘 것이다.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갖춘 현대식 카페도 속속 등장하고있고 아예 카페 안에 컴퓨터를 들여놓은 곳도 있다. 이밖에 실내를 개조해 영화나 뮤직 비디오를 상영하는 카페와 예전의 딱딱한 의자 대신 푹신한 소파형 의자를 들여놓는 곳도 늘고 있는 추세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allon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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