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 수업료 제대로 못내는 학생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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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산남여상 (부산영도구신선동) 은 지난 25일 3.4분기 수업료를 마감하고 크게 놀랐다. 수업료 납부율이 50%에 그쳤기 때문이다.

절반의 학생이 수업료를 못낸 것이다.

2.4분기에는 납부율이 71.6%였다.

내년 1월 첫 졸업생을 내는 서부산공고 (사상구덕포동) 도 마찬가지다.

전체학생 (1천6백명) 의 절반가량이 3.4분기 수업료를 내지 못했다.

원예고 (동래구온천1동) 도 전체 학생 (9백45명) 의 절반이 3.4분기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

수업료를 제대로 못내는 학생들이 갈수록 급증, 부산시내 중.고교에 비상이 걸렸다. IMF이후 가장의 실직이 가장 큰 이유다.

가정형편을 이유로 자퇴하는 학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산남여상은 올들어 25명이 부모의 실직등으로 정든 학교를 떠났다.

서부산공고도 돈을 못내 15명이 최근 자퇴했다.

부산시교육청이 25일 3.4분기 수업료 납부를 마감한 부산시내 46개 공립고교에서 81%의 징수율을 기록했다.

2.4분기 89.5%에 비해 석달 사이에 무려 8.5% 포인트가 줄어든 것이다.

인문계는 그래도 나은 편이나 실업계.특수고는 징수율이 갈수록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재정운용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자 각 학교마다 모금운동을 벌이는등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남여상 교직원들은 최근 80만원을 모았다.

이 학교 재학생들도 지난5월부터 불우학생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교육청은 최근 각 학교에 어려운 학생들이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모금운동을 벌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서부산공고 정태열 교감은 "IMF이후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늘어나다 요즘은 슬슬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며 "이를 보는 스승의 마음은 형언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부산 =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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