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태후 M&A시장 난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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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대자동차 사태 이후 국내기업 인수를 희망하는 외국투자가들이 고용조정 보장을 인수.합병 (M&A)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내거는 등 M&A시장에 난기류가 돌고 있다.

일단 기업을 인수한 후 종업원을 정리하는 '선인수 후조정' 대신 피인수 기업으로 하여금 먼저 고용조정을 단행하도록 한 후 인수하는 '선조정 후인수'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외국투자가들은 피인수 기업이 노조와 고용조정협약을 사전에 체결해주도록 요청해와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한미.우방 등 국제간 M&A를 중개하는 주요 로펌에 따르면 현대차 사태 이후 고용조정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려는 외국투자기업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고용조정 보장을 인수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달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일단 기업을 인수한 후 경영사정에 따라 어느 범위까지 종업원을 정리해고할 수 있다는 고용조정협약을 피인수 기업이 노조와 미리 체결하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협약 추진과정에서 M&A사실을 노조에 알려야 해 협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대차 사태 이전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단 기업을 인수한 후 경영해가며 직원을 정리하는 게 보통이었다.

외국투자가들은 이밖에도 고용승계 의무가 따르는 주식매각이나 입찰.영업양도 대신 자산만 인수하고 부채와 종업원을 책임지지 않는 자산 양도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투자자문회사인 BTC가 맡아 국제입찰을 준비 중인 한보철강의 경우 종업원이 그대로 승계되는 기아자동차 방식이 아닌 자산양도방식을 추진 중이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인수 전에 미리 필요한 인원 규모를 제시, 피인수 기업에 사전에 고용조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며 "이 경우 대기업 그룹 등은 계열사에서 잉여인력을 흡수하기로 하고 매각협상에 나설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기업은 협상이 난항에 빠질 공산이 크다" 고 우려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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