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국채에만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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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식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채권시장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중자금이 국채에 몰리면서 국채 금리가 연중 최저치(채권값 상승)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28일 채권시장에서 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2%포인트 하락한 연 4.10%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7일(4.08%)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0.03%포인트 내린 4.36%, 3년 만기 회사채(AA-) 수익률도 0.02%포인트 떨어진 4.68%였다.

채권 거래량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7일 증권거래소 국채전문 유통시장에서는 2조6300억원이 거래돼 1999년 3월 시장이 개설된 이후 일거래량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형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도 줄어들 기미가 없다. 26일 현재 단기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37조7110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2조7080억원이 늘었다.

시중금리의 하락세는 은행 수신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정기적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3.98%로 전달에 비해 0.08%포인트나 하락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3%대로 내려갔다.

채권시장의 금리 하락세는 최근의 경기 침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기가 얼어붙은 만큼 금리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당국이 콜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연말까지 금리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3년물 금리와 하루짜리 금리인 콜금리(연 3.75%)의 차이가 0.5%포인트를 밑돈다는 점에서 현재의 금리 하락세는 지나치다"며 "콜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금리는 등락폭이 작아지면서 연말까지는 꾸준히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저금리 추세는 지속되겠으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적정수준인 6% 안팎까지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며 "올 4분기 이후에는 유가 안정, 중국 경제의 연착륙, 내수 회복 기대가 반영되면서 주가도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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