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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연출가 5명,내달2일부터 '혜화동 페스티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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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건 편집할 때 오디오 빠지는거라구요. 밝은 음악 삐지로 넣고 화면 보카시 시킬 거란 말이에요. 아버지 대본도 대본이지만 제 머리속엔 촬영을 위한 콘티가 다 들어있다구요…아버지, '너무 많이 안 사나이' 라는 영화보셨어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는요? '네 멋내로 해라' 는요?" 현재 문예회관소극장에서 공연중인 극단 작은신화의 신작 '가정의학백과' 에 나오는 대사들이다.

속된말로 '콩가루 집구석' 인 가상의 가정을 무대로 삼아 30대 젊은 연기자.연출가.작가가 공동창작방식으로 만든 이 연극에서 예술가인양 구는 둘째 아들은 전통과 수구 (守舊) 를 상징하는 아버지를 손에 든 비디오카메라를 무기삼아 업신여기곤 한다.

1백년 남짓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표현양식보다도 위력을 과시하는 것이 영상매체. 여기에 익숙하다는 것이야말로 30대 안쪽의 젊은 예술창작인들을 아우르는 특징. 연극무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런 영상세대적인 감수성에 더해 30대그룹의 무대가 지닌 연극적인 새로움은 어떤 것일까. 올 하반기에 이어달리기라도 하듯, 줄줄이 마련될 30대 연출가들의 무대는 여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발지는 대학로는 대학로되, 성대로터리쪽으로 치우쳐서 다소 외진 소극장 혜화동1번지. 등받이도 없는 60석 남짓 좌석의 작은 극장이지만, 대학로 평균을 한참 밑도는 대관료는 흥행부담없이 새로운 무대를 시도하는 젊은 연극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이다.

김아라.이병훈.채승훈.이윤택 등 40대 연극인들이 '연극의 독자성을 지키는 소집단 문화운동을 내걸고 93년 처음 마련한 이 공간은 올해초 극단 백수광부의 이성열, 작은신화의 최용훈, 76단의 박근형, 청우의 김광보, 표현과 상상의 손정우 등 30대중반의 연출가들에게 대물림됐다.

이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이는 무대가 9월2일 시작되는 '98혜화동1번지 페스티발' .컴퓨터에 밀려난 식자공의 갈등을 다룬 독일작가 크뢰츠의 '수족관 가는 길' (이성열 연출) 을 시작으로 다섯편의 신작이 열흘 남짓씩 공연될 예정이다.

바톤은 한강을 넘어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우리시대의 연극' 시리즈로 넘어간다.

역시 30대중반 '또래그룹' 인 박상현.조광화.이성열 세 연출가가 신작 '사천일의 밤' '미친 키스' '파티' 를 11월3일부터 보름남짓씩, 해를 넘겨 넘겨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주최측은 "편당 제작비가 예전의 절반규모" 라며 예산상의 문제를 작품선정의 한 배경으로 들지만, 93년부터 시작된 '우리시대의 연극' 의 이제까지 연출자가 이윤택.김광림.오태석 등이었던 데 비하면 파격적인 세대교체임에 틀림없다.

관심의 촛점은 이처럼 두드러진 30대 젊은 연출가들의 활약이 '젊은 연극' '새로운 연극' 의 흐름을 형성할 지의 문제다.

다섯 명의 혜화동1번지 2기동인들이 극장앞에 붙여진 '연극실험실' 이란 표현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나, "연배가 실험정신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라는 연극평론가 구히서의 지적은 앞으로의 논의에서 기억해둘 만한 대목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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