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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달5일 최고인민회의]'김정일호'출항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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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다음달 5일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 회의 개최를 확정함으로써 김정일 (金正日) 총비서의 국가주석직 승계가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 정권 창건 50주년인 9.9절을 나흘 앞두고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그가 주석직에 추대될 게 확실시되는 것이다.

지난해 김일성 (金日成) 3년상을 마친데다 최근 북한내와 해외 12개국에서 대규모로 '김정일 주석추대 지지대회' 를 여는 등 전례없는 열띤 분위기도 명실상부한 '김정일호 (號)' 출범을 예고한다.

金총비서가 주석직을 승계해 '완전한 지도자' 로 탈바꿈할 경우 북한은 '유훈 (遺訓) 통치' 의 비정상체제를 마감하고 정상적 국가운영 궤도로 진입하는 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주목되는 대목은 이번 회기중 단행될 게 예상되는 요직 개편. 현재 당의 국제담당.농업담당비서, 중앙군사위원장은 물론 국가안전보위부장.정무원총리.최고검찰소총장.인민무력부장 등 20여개 최고위직이 공석인 상황이다.

현재 부총리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정무원총리에는 연형묵 (延亨默) 전총리의 재기용이, 인민무력부장엔 조명록 (趙明祿) 군 총정치국장이 유력하다는 게 우리 당국의 관측이다.

신임 주석의 제청으로 선출되는 부주석에는 기존의 이종옥 (李鍾玉).박성철 (朴成哲).김영주 (金英柱).김병식 (金炳植) 의 유임과 함께 김영남 (金永南) 외교부장의 승진이 예상되고 있다.

북한의 혁명 1세대가 물러나고 '김정일사람' 으로 체제를 대거 물갈이하는 계기를 맞게 되는 셈이다.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 전금철 (全今哲) 등 대남 (對南) 담당 인사들이 다수 탈락한 바 있는데, 이번 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맡을 대남 포스트가 어떻게 짜일지도 관심이다.

공식석상으로는 92년 4월 인민군 창건 60주년 기념식에서 유일하게 연설했던 김정일 총비서가 주석 추대후 시정연설에 담을 내용도 관심을 끄는 부분. 시정연설을 통해 통일문제.남북관계 현안은 물론 북한 경제발전 방안에 대한 그의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특히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남북상설 대화기구 창설' '특사교환' 에 金총비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金총비서의 입장에 따라 남북관계가 획기적 전기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북한의 경제난 등에 미루어 일단 남북관계에 급격한 변화는 없지 않겠느냐는 게 우리 당국의 관측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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