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태로 한국 자금조달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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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시아의 루블화 평가절하와 모라토리엄 (외채지불유예) 선언 파장이 세계경제뿐 아니라 한국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8일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291.15를 기록, 300선을 깨뜨렸는가 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10년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하루만에 0.65%포인트나 뛰었고, 한국전력 15년만기 채권의 가산금리도 7.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차입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몇몇 대형 투신사와 증권사가 모라토리엄 대상인 러시아 단기 재정증권에 5억달러를 집중 투자한 것으로 밝혀져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러시아 채권투자 규모는 ▶단기 재정증권 5억달러 ▶유로본드 3억4천만달러 ▶금융채.회사채 1억8천만달러 등 총 10억2천만달러인데, 단기 재정증권에 투자한 돈은 앞으로 러시아 정부에 의해 상환일정이 재조정되는 등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선 정부는 17억7천만달러 규모의 러시아 경협차관에 대해 독자 협상에 나서기로 했으며, 대우.LG전자 등 업체들은 대 (對) 러시아 수출품 선적을 중단하거나 계약을 재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경협자금 상환을 위해 이규성 (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이 연내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사태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 빌리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며 알루미늄 등 일부 원자재 조달에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 (吳承九) 박사는 "러시아의 경제위기가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미국.유럽 등에서 한국기업에 대출해줄 가능성이 더 낮아져 한국의 자금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다.

유한수 (兪翰樹)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사태가 장기적으로 일본 엔화.중국 위안 (元) 화 약세를 부추기고 한국.동남아 등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업계는 러시아에서 상당부분을 수입하는 알루미늄괴.빌레트 (강판).원목 등 원자재의 수입에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다른 수입선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또 ㈜대우는 이날부터 러시아행 수출품의 선적을 전면 보류, 현지 바이어의 대한 (對韓) 신용조사에 착수했으며 LG전자는 추가 수출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

또 2천만달러 상당의 자동차 연불수출을 추진 중이던 현대는 이번 사태로 계약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쌍용.SK 등도 러시아 정부의 대외지불 능력이 확인될 때까지 선적을 중단하기로 했다.

고현곤.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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