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계 약물파동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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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역 감독의 폭로로 시작된 이탈리아 축구계의 약물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AS 로마의 즈데넥 제만 감독. 이달 초 유력잡지 레스프레소와의 인터뷰를 통해 1부리그 선수들이 금지약물인 근육강화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유벤투스) 와 잉글랜드 첼시에서 뛰고 있는 지안루카 비에리 등 이탈리아 대표팀 슈퍼스타들을 약물복용 선수로 지적해 일대 소동을 일으켰다.

델 피에로와 비에리는 제만 감독을 "이탈리아 축구를 뒤집어 엎으려는 테러리스트" 라고 비난하며 즉각 명예훼손으로 소송할 준비에 나섰다.

이탈리아축구연맹 (FIGC) 측은 "경기 때마다 엄격한 약물 검사를 시행해 오고 있다" 며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볼로냐의 카를로 마조네 감독까지 선수들의 약물복용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사태를 더욱 확대시켰다.

파문이 끊이지 않자 지난 9일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 (CONI)가 제만 감독을 불러 사실확인에 나섰고 검찰까지 개입해 14일과 18일 델 피에로와 비에리를 각각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를 벌였다.

이런 와중에 16일에는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피오렌티나) 까지 제만 감독을 두둔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진정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약물파동의 불똥은 영국까지 튀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잉글랜드 유명팀에서 감독을 지냈던 론 아트킨슨이 지난 9일 잉글랜드 선수들도 대마초.코카인 등을 복용한다고 폭로한 것. 다행히 잉글랜드 축구협회 (FA)가 약물검사를 2배로 늘리겠다고 선언, 불길이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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