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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위권 은행 CIT그룹 파산 위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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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 은행 순위(자산 기준) 20위인 CIT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금융시장에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CIT그룹이 파산보호 신청을 위해 파산 전문 법률회사 네 곳과 계약을 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CIT그룹은 지난해 총자산 804억 달러(약 105조원)로 미국에서 20번째로 큰 은행이다. 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CIT는 경기침체로 올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CIT는 대출자금의 재원을 예금이 아닌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등에 의존해 왔지만 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워졌던 2007년 하반기부터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CIT의 부채는 691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8월 중순까지 10억 달러를 상환해야 하지만 정부의 도움 없이는 상환이 힘든 상황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자금 23억 달러를 받았지만, 투자등급 미만의 채권을 파는 데 필요한 정부 보증을 얻지 못하고 있다.

CIT가 파산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에 대해서는 CIT와 정부의 견해가 엇갈린다. CIT는 13일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우리가 파산할 경우 760개 제조업체가 부도 위험에 처하게 되며, 30만 명의 소매업자도 위기에 몰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CIT의 파산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체이스나 도이체방크 같은 금융회사가 CIT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선 파산 전문 법률회사를 고용한 CIT의 움직임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CIT가 파산하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대형 금융사의 첫 파산이 된다. 따라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적용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정부에선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방치했지만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등에는 대대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형평성 논란을 불렀다.

CIT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다른 미국 금융회사 상황은 나쁘지 않다. 13일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골드먼삭스가 최근 4개월간 20억 달러 이상의 순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경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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