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9년 건국 동년배 외국 16개국 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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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수립 50년. 앞만 보고 달려온 반세기다.

절대 빈곤의 분단국으로 출발해 온 국민이 숨가쁘게 뛰어온 나날들. 과연 우리는 올바른 길을 제대로 밟아온 것일까. 국제통화기금 (IMF) 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경제난 시대를 맞아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2차대전 이후 새롭게 출발한 동년배 나라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반세기의 성적표를 비교하면서 우리의 좌표를 점검해본다.

출발선이 같은 16개 동년배국. 그러나 인구.자원.기후 등 주어진 환경이 틀리고 정치체제.개발전략 면에서도 서로 다른 길을 달리다 보니 반세기가 흐른 지금 격차는 작지 않다.

1인당 국내총생산 (GDP) 과 생활수준.민주화 정도 등 주요 지표를 들여다볼 때 그동안 국가 경영에 성공을 거둔 대표적 나라로는 이스라엘을 꼽을 수 있다.

한국.대만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며 중국은 '떠오르는 큰별' 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이스라엘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과학기술력이 세계 10위다.

정보통신.컴퓨터 소프트웨어.전자 의료기기.생명공학과 관련된 기술은 정상을 다툰다.

96년 1인당 GDP 기준으로 볼 때 이스라엘은 1만6천7백달러로 15개국중 1위다.

대만 (1만2천2백64달러) 과 한국 (1만6백36달러) 이 그 뒤를 따른다.

한국의 경우 IMF 사태로 올해는 7천달러대로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시아의 맹주 중국이 96년 6백67달러,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가 1천1백74달러임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발전속도가 눈부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얀마.시리아.요르단.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이 한국을 뒤따른다.

1천달러 미만인 곳도 스리랑카 등 8개국이나 된다.

97년 1인당 국민총생산(GNP)7백41달러인 북한도 이 그룹에 속한다.

[남북한 상세비교는 8월 13일자 5면 특집참조]

생활 수준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평균수명.자동차 보유 대수도 이스라엘이 1위이며 다음은 한국.대만 순이다.

수출입 규모는 12억 인구의 중국 (1천5백11억달러) 이 단연 1위. 한국 (1천2백97억달러).대만 (1천1백59억달러).이스라엘 (2백6억달러) 로 이어진다.

현재까지의 한국 성적표는 비교적 우수한 편이었다.

그러나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말해주는 지표는 매우 어둡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IMD) 이 지난 4월 발표한 각국의 국가경쟁력 종합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46개 평가 대상국중 중국 (24위).이스라엘 (25위).필리핀 (32위)에 뒤지는 35위다.

국제화 분야에서 꼴찌, 정부 분야에서 34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각국의 경제 성적표는 정치.사회 체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민주주의를 희생시키며 개발독재를 택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70~80년대 고도성장을 이뤘으나 민주화 정도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했다.

내전.쿠데타 등으로 정치가 불안하거나 독재 정권.공산주의 체제를 겪은 나라들의 발전 역시 벽에 부닥쳤다.

라이베리아가 각종 통계조차 못낼 만큼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한때 잘 나갔던 미얀마.필리핀이 주저앉은 것은 이 때문이다.

49년 공산정권이 수립된 중국과 75년 공산통일을 이룬 베트남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라는 새 깃발을 내걸면서 80년대 이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거두고 있다.

반면 줄곧 입헌군주 체제를 유지해온 요르단.부탄은 국왕과 관료세력 간의 권력 갈등이 발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최형규.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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