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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주식(57) ‘연봉 6억 펀드매니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상하이 시내에 상하이화동사범대학이라는 종합대학이 있다. 중국에서는 명문으로 통한다. 이 대학 금융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공부하던 시절, 통쉐(同學·학우)들과 가졌던 교류는 필자의 소중한 자산이다. 통쉐들과 가급적 자주 어울렸다.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가르쳐주기도 했다.

중국 대학생들의 생활이라는 게 뻔하다. 기숙사에 박혀 하루 종일 공부하고, 공부하다 지치면 운동장에 나와 운동하고, 시간되면 식당에 가 끼니를 때운다. 그 무료를 깨기 위해 우리는 자주 저녁 때 만나곤 했다. 지도교수와도 자주 '파티'를 했다. 우리 통쉐들은 지도교수와 주기적으로 만찬 모임을 가졌다. '라오스(老師)'는 아이들의 공부과정을 점검하고, 또 제자들 사이의 관계를 돈독히 쌓으라는 뜻에서 모임 자리를 만들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식사비는 지도교수가 냈다. 통쉐들은 의례 그러거니 했다. 가끔 직장에 다니는 학생이 승진했다고 한 턱 쏠 때 빼고는 마이딴(買單)은 라오스 몫이었다.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느냐’는 게 지도교수의 말씀이었다(우리나라 교수와 학생 사이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단다).

2차도 갔다. 주로 노래방이었다. 물론 지도교수는 알아서 빠져 준다. 2차 노래방비는 필자가 거의 냈다. 학생들 중 그래도 경제적으로 가장 풍족했기 때문이다. 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중국 노래방비, 까짓것 얼마나 하겠는가? 목이 터져라 밤늦게까지 노래 불러도 200위안, 당시 돈으로 3만 원이면 뒤집어쓴다. 여하튼 그렇게 통쉐들과 4년을 엉켜 지냈다.

필자가 취재를 위해 상하이를 가면 그 날이 우리 학과 미니 동문회 날이다. 내가 간다는 소식을 넣으면, 통쉐끼리 연락해 10명 정도가 꼭 모여 식사를 같이 한다. 학교 다닐 때 쌓았던 '음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나보다. 모두 ‘한씨엔성(韓先生)’ ‘한버스(韓博士)’왔다며 달려 나온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게 있다. 저녁 값 내는 사람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내가 폼잡고 냈으나, 지금은 통쉐들이 빳빳한 돈으로 식사비를 치른다.

금융학과인지라 통쉐 대부분이 금융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펀드메니저, 유명증권사 연구소 애널리스트, 경제전문 잡지 신차이푸(新財富)의 컬럼니스트…. 언뜻 보기에도 그들의 생활은 바뀐 것 같다. 속된 말로 ‘얼굴 때깔’이 달라졌고, 머리칼에는 기름기가 끼기 시작했다. 언뜻언뜻 지들 하는 얘기로는 집이 두 세 채 된다고 했다. 자동차는 이제 기본이 됐다.

7명이 모였던 지난 3월 상하이 취재 길. 한씨엔셩 왔다고 잡은 식당은 으리으리한 고급 광동요리점이었다. 백알 몇 잔 돌고나니 4000위안(약 70만원)정도가 훌쩍 넘어섰다. 식사가 끝났다. 서로 내겠다고 난리다. ‘내가 낼까?’라고 말하자 ‘한씨엔성은 손님이니까’라며 빠지란다. 사실 필자의 주머니사정은 빡빡하다. 기자 봉급이라는 게 뻔~한지라 주머니에서 10만원 꺼내는데도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릴 정도다. 빼주니 고마울 뿐이다.

그래도 옛날에는 어지간하면 내가 다 계산했는데, 이젠 거꾸로다. 중국에서 공부한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게다. 중국경제와 한국경제, 중국인과 한국인은 그렇게 역전되어 가고 있다.

그 날은 자산운용사인 후이텐부(匯添富)에서 채권펀드 담당 펀드메니저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한 턱 쐈다. 돈을 내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자리를 파하고 식당을 나온 길, 그 친구에게 물었다.

‘너 요즘 얼마나 받냐?’
‘나는 그냥 평범하게 받아’

돌아오는 길. ‘평범하게 받는다’는 말이 자꾸 생각난다. 도대체 얼마라는 거야? 점점 궁금증이 더해간다. 궁금한 것 가슴에 안고는 못사는 성격, 취재가 시작됐다.

2007년 11월.

중국 선전(심천)의 한 증권사가 애널리스트 모집 공고를 낸다. '3년간 1000만 위안‘이 조건이었다. 1년 평균 333만 위안이다. 오늘 환율로 치자면 연봉 약 6억 원인 셈이다. 그걸 3년간 보장해주겠다는 조건이다. 우리나라 펀드매니저들의 급여가 얼마인지 모르겠으되, 이 정도면 국내에서도 최상급에 속할 듯싶다.

중국 언론이 이 천문학적 급여를 놓고 난리가 났다. ‘기존 최고 기록인 연봉 300만 위안을 깼다’, ‘그래도 월가의 최고급 펀드매니저 연봉의 10%밖에 안 된다’, ‘그가 버는 돈은 연봉의 10배가 넘을 것이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중요한 것은 중국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 번 언론에 떴다면 부르는 게 값이란다. 간접투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 증시에서도 간접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펀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基金管理公司)는 61개.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30개가 외국계 금융사와의 합작이거나, 외국계 금융사의 지분투자를 갖고 있다. 외국금융사는 중국 자산운용사에 최대 49%까지 투자가 허용되어 있다. (사진은 남방기금 고객센터)

명단(http://finance.sina.com.cn/fund/fund_ranks/company/jjglr0_0.html)

이들 자산운용사들이 현재 판매하고 있는 펀드는 약 600개에 이르고 있다. 이중 약 90%가 개방식이고, 나머지 10가 폐쇄식이다. 개방식 펀드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대상 기준으로 볼 때 주식형이 약 53.0%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고 채권형 20.1%, 혼합형 13.4%, MMF 9.4%등을 차지했다. 10개의 해외투자펀드(일명 QDII·공인내국인기관투자가)도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우리나라 증시에도 투자하고 있는 자산운용사인 상토우마건(上投摩根)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모두 12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10개를 판매 중이다.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MMF 등을 고루 운용하고 있다. 특히 야타이요스(亞太優勢)라는 이름의 QDII펀드를 갖고 있다. QDII펀드 투자 중 10.78%가 한국에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펀드 규모는 아직 초보수준이다. 세계 전체 펀드(순자산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적다. 그러나 그 성장속도 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0년이후 세계 펀드 순자산 연평균 성장률이 10%안팎에 그친 반면 중국은 60%에 육박했다.(통계가 미흡합니다. 혹 독자여러분께서 중국 펀드 시장에 대해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부탁합니다. 순자산 규모, 한국과의 비교, 펀드의 정확한 수, 펀드운용 주체에 대한 상세한 정보 등이 필요합니다)

펀드가 늘어나고 있으니, 펀드를 운용할 펀드매니저가 필요한 것이고, 당연히 그들의 몸값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게다가 요즘은 자산운용사 간에 우수 펀드매니저 유치 전쟁이 벌어지면서 실력 있는 분석가들은 ‘오호 쾌재라~’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시 친구들과의 만찬.

식당을 나오면서 친구가 한 말, ‘평범하게 받고 있어’.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얼마나 받을까. 최근 중국의 유력 경제월간지 ‘신차이푸’ 보도에서 추측해본다.

“일반적으로 펀드매니저들의 연봉은 30~40만 위안(5500만~7400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일단 업계에서 능력 있다는 소문이 나면 금방 50만 위안(9250만 원)을 뛰어넘고, 쉽게 70만 위안(1억2950만 원)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100만 위안(약 1억85000만 원) 연봉이 많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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